생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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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야말로 「기적」같다.
고도 8천m에서 급강하한 점보기가 해발 1천6백39m의 산중턱에 충돌, 기체가 산산조각이 났는데도 살아남은 생명이 있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것은 사고발생 11시간 뒤.
갈기갈기 찢어진 비행기의 동체와 파편들, 불에 그을은 나무, 쓰러진 나무, 움푹팬 산등성이. 그때까지 추락지점 일대에는 검은연기가 물씬물씬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서 5시간-.
갑자기 한 구조대원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렀다.
『잔해속에서 손 하나가 움직인다』-.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것보다 더 엄숙하고 감격적인 순간이었으리라.
이렇게해서 8살의 소녀 그의엄마, 중학1년생, 스튜어디스등 4명이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모두여자였다.
비행기 추락사고중에서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남는것은 72년 안데스산맥의 해발4천1백m 코딜레라계곡에 떨어진 여객기 사건이다. 이때45명의 탑승객 가운데 16명이 생존,
73일만에 구조되었다. 수림과 눈이 비행기 추락의 충격을 다소 덜어준것 같다.
이들이 빙점하의 기온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던것은 그후 여러사체의 검시결과 밝혀졌지만 생존자들의 윤리성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그만큼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이번 JAL기 사고원인은 여러가지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단서는 사고지점에서 1백60km 떨어진 사가미만 앞바다에서 발견된, 사고기의 것으로 보이는 수직안정판이다.
이 수직안정판(vertical stabilizer)은 비행기 뒷날개 부분에 수직으로 고정된 날개판으로 비행기의 롤링(좌우로의 경사)과 요잉(기수를 좌우로 흔들리게 하는현상)을 제어하는 작용을 한다. 이것이 고장나면 비행기가 요동하고 방향을 잡지 못한다.
문제는 이 수직안정판이 왜 떨어져 나갔읕까에 있다.
기장의 교신내용으로 미루어 점보기 동체 뒷문이 떨어지면서 그것을 파손시켰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일본 NHK가 작성한 시뮬레이션(모형도)올 보면 문제의 JAL기는 세개의 산등성이를 받으면서 부서졌다. 첫번 충돌은 꼬리부분, 그 다음은 동체 마지막은 두부.
그런 와중에 꼬리부분의 4여인는 살아날수 있었던것 같다.
비행기사고는 사고의 빈도(빈도)보다 언제나 그 내용이 문제다.
거의 예외없이 처참한 결과로 끝나게 마련이다.
그런 속에서 생존자를찾는 일은 물리적인 해명보다 초자연적 섭리로 보는 편이 오히려 더 쉽게 생각된다.
그야말로 생명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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