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핵심 상임위 주면 의장 양보” 새누리 “욕심 과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0대 국회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30일 당 회의에서 “원(院) 구성 협상은 2~3일 안에, 수요일(다음달 1일)까지 끝내자”면서 “시원시원하게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선 고성
국민의당, 기획재정위 등 2개 요구
새누리 전략 1순위는 ‘의장+법사위’
의장 주고 핵심 3개위 받는 복안도

이날 20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했다. 7일 첫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과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뽑아 정상적으로 원 구성을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원 구성 협상에 나선 여야 3당의 모습은 ‘시원시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도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에서 자당 몫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한 집 싸움’을 벌였다. 3당 원내수석부대표끼리의 비공개 협상에선 회의장 바깥까지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 한 번 ‘지각 개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더민주가 이날 내세운 전략은 ‘1 대 3 트레이드’였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고 싶다면 핵심 상임위 3개(법제사법위·운영위·예산결산특별위)를 모두 양보하면 된다”며 “사실 의장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의장직에 눈독을 들이는 새누리당 내 일부 세력을 갈라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이기도 했다. 앞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15, 16대 국회에서 소수당이면서도 집권여당이라 의장직을 맡은 사례가 있다”(정용기 의원), “절대 의장을 양보해선 안 된다”(윤영석 의원)는 의견이 쏟아진 상태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국회의장을 야당에 내준다는 입장을 정한 적이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의장을 가져가라”는 더민주의 ‘1 대 3 트레이드’ 제안을 접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선 “고작 1석 차이(더민주 123석-새누리당 122석)에 해도 너무한다”“욕심이 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회선진화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국회의장도 ‘명예직’이란 인식 아래 ‘실리’(법사위원장)를 챙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정부·여당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개원 협상 초기에 포기하는 듯했던 국회의장에 새누리당이 다시 사수 의지를 밝히고 나선 것도 사실 법사위원장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 전략일 수 있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국회의장+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오는 것이 1순위 ▶그게 안 되면 의장 대신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정무위원장 등을 챙겨오는 것이 2순위라는 상임위 협상안이 떠돌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로 욕심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박지원 원내대표)고 공언해 온 국민의당도 지분 챙기기에 나섰다. 경제·예산정책 및 세법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3선인 유성엽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정당, 정책·민생정당으로 가려면 기재위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재위·농해수위·산업자원위·교육문화체육위 가운데 2개 상임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지상·안효성 기자 groun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