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챔피언 먹은 쭈타누깐 “갈비 5인분은 거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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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재킷을 대신하는 연분홍색 한복을 입고, 액자 형태의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쭈타누깐. [사진 볼빅]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갈비” (언니 모리야) “불고기” (동생 에리야)

미국서 만난 모리야·에리야 자매
동생 에리야, 볼빅 챔피언십도 제패
“소렌스탐 자매처럼 동반 우승이 꿈”
한국 음식·K팝 즐기는 친한파
“김범이 이상형, 슈퍼주니어도 좋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태국의 자매 골퍼 모리야(22)와 에리야(21) 쭈타누깐은 한국 문화와 음식을 좋아하는 친한파(親韓派)다. 둘은 지난 24일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인근의 한식당을 찾아 불고기와 갈비로 저녁식사를 했다. 언니 모리야는 “에리야가 갈비 5인분과 밥 2공기 정도는 가볍게 먹어치운다”고 말했다.

키 1m70cm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동생 에리야는 30일 끝난 대회에서 합계 최종 15언더파로 크리스티나 김(미국·10언더파)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에리야는 2013년 박인비(28·KB금융) 이후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키가 1m55cm인 언니 모리야는 2언더파 공동 27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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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맞대고 선 동생 에리야 쭈타누깐(왼쪽)과 언니 모리야. [앤아버 =김두용 기자]

쭈타누깐 자매는 한국 선수들과 두루 친하다. 재미동포 에이전트를 두고 있어 한국이 더욱 친숙하다. 에리야는 “F4의 김범이 이상형”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김범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인기그룹 슈퍼주니어도 좋아한다. 에리야는 “‘쏘리쏘리 댄스’도 출 줄 안다”며 직접 동작을 취해보였다.

모리야는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라는 한국어를 또렷하게 발음했다. 쭈타누깐 자매는 2013년 볼빅의 후원을 받을 뻔했다. 계약을 위해 한국에 와서 공 테스트까지 했지만 막판에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꼭 3년이 지난 뒤 볼빅이 개최한 대회에서 에리야가 우승했다. 한복으로 만들어진 우승 재킷을 입은 에리야는 “정말 예쁜 옷이다. 한복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 살 터울인 둘은 함께 골프를 시작했다. 체구와 생김새가 비슷해 쌍둥이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모리야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키와 몸매가 똑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에리야가 커지면서 동생이 언니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덩치가 달라진 뒤부터 성적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2013년 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언니 모리야가 조금 앞서갔지만 동생 에리야는 금세 따라잡았다. 태국인 최초의 LPGA 투어 우승도 동생의 차지였다. 모리야는 “에리야가 정말 열심히 한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요코하마 타이어 대회때는 먼발치에서 지켜봐도 동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알 수 있었다. 나도 덩달아 흥분되고, 초조했다”고 털어놓았다. 에리야는 “언니도 올해 안에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격은 정반대다. 모리야는 차분한 반면 에리야는 개구쟁이다. 에리야는 “코스 안팎에서 항상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반면 모리야는 “에리야가 항상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 삭히고 이해를 해야할 때가 많다”고 했다. 2013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 중 에리야는 경사가 진 티잉 그라운드 부근에서 언니와 장난을 치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어깨 부상을 당했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에리야는 부상 후유증으로 6개월 가량 클럽을 잡지 못했다.

쭈타누깐 자매는 항상 붙어 다닌다. 에리야는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잔다. 모든 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보통 자매보다 훨씬 더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 언니 모리야도 “훈련도, 경기도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의지하는 편이다. 서로를 바라보면 동기 부여도 된다”고 설명했다.

둘은 안니카·샬롯타 소렌스탐(스웨덴) 자매에 이어 LPGA 투어에서 두 번째 자매 동반 우승을 노린다. 모리야는 동생의 장타력이 부러운 눈치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에리야는 3번 우드로 내가 드라이버로 친 것보다 40야드는 더 날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리야는 “언니의 일관성 있는 플레이가 부럽다”고 했다. 세계랭킹 10위로 올라선 에리야는 “올해의 선수상이 가장 탐난다. 메이저 첫 우승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리야는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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