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 스스로 총장뽑는게 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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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국립서울대학교총장이 갈렸다. 학원안정법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시기에 국립서울대학교의 총장 교체는 사회의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새총장은 지난 46년 개교이후 17번째로 그 자리에 앉았다.
이나라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며 상아탑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서울대학의 총장자리는 엄청난 영예요 권위의 상징이 분명하다.
하지만 새총장은 이 시대 대학이 안고있는 복잡한 문제들로해서 반드시 마음이 가벼울리없고 기쁨만이 충만하진 않을것이다.
그가 헤쳐가야할 과제가 어려운것은 두말할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대학의 권위와 자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신뢰를 받는 총장자리를 만드는 과제가 특히 난제로 보인다.
총장을 임명한 정부나 새로 취임한 총장이 그같은 어려움을 모를리는 없겠지만, 정부나 새총장이 그런 난제를 지혜나 능력이 있다고 해서 과연 자신있게 해결할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될것이다.
이시기에 서울대새총장의 임명을 보면서 생각되는것은 우리의 대학들도 본래적인 대학의 존재의미와 권위를 회복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며 대학이 사회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는 곳이 되는 일이다.
그러기위해 제5공화국은 출발당초부터 대학의 자율화정책을 과감히 추진해 오기도했다.
자율화의 완전성이라든가 성공여부는 아직 논의하기 어려운 단계이지만 그 취지만은 옳았던게 틀림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학자율화의 핵심중 하나인 대학운영의 자율화가 아직도 미흡할 뿐아니라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사사건건 문교당국의 지시와 감독아래서 대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 대학의 최고책임자인 총장조차 대학인이 선출할수 없다는 모순이 엄존한다.
그같은 모순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력히 억제하려던 제3공화국 시대의 산물이니만큼 그것을 하루빨리 해소하는것도 지큼 중요한 과제일것이다.
만일 서울대학의 총장이 교수들의 투표로 선출된다면 그것은 여러모로 대학의 권위와 기능회복에 기여할것이다.
우선 교수들의 전체의사를 대변하는 총장의 권위가 보장되리란 것은 물론이고 그 총장을 뽑게되는 교수들의 위신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다. 뿐더러 학생들도 교수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총장을 인정하고 신뢰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학을 정상화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총장은 물론 교수들의 권위가 떨어지고 학생들의 교수에대한 신뢰가 떨어져있는 사태는 상당부분 해소될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국립대학인 동경대의 예도 참고할만하다.
지난1월 이 대학은 23대학장에 삼긍(모리·와다루)의학부교수를 선출했다. 4월부터 4년간의 임기를 맡을 총장선거엔 이 대학 10학부 13연구소의 전임강사 이상이 참가했다.
5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 3번만에 유효투표의 과반수이상을 획득하여 당선한 새학장(우리의경우 총장에해당)은 의학부출신으로 2번째학장이 됐다. 국립대학의 학장은 문부대신이 임명권자이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다.
일본에선 사립대학학장조차도 보통 교수회의에서 선출된다. 이사장이 임명권자로 돼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거의없다.
미국의 대학들은 졸업생을 중심으로한 이사회가 학장을 선출한다. 사립이나 주립이나 그건 마찬가지다. 유럽의대학, 특히 연방정부의 중앙집권적 교육제도를 강조하는 서독에서는 대학의 자치권은 교직원과 학생의 커뮤니티에 있다. 따라서 학장과 교수는 주의 문부상에 의한 임명제이나 이는 형식적일뿐 교직원·학생커뮤니티의 의견에 따른다. 물론 베를린자유대학이나 하이델베르크대학·보쿰대학등은 교직원·교수대표·학생들로 구성되는 평의회(Senate)가 총장을 선출한다.
영국의 옥스퍼드도 대학평의회가 총장을 선출한다.
서울대학에서도 50년대엔 교수투표로 총장을 선출한적이 있었다.
6대 윤일선총장은 교수회의의 2백명교수중 1백81며의 압도적 지지로 총장에 선출되었다.
그는 재임중 4·19와 5·16등 정치적변혁기를 맞았으면서도 6년의 총장임기를 채울수 있었다.
대학의 안정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대학은 타율적인 규제보다는 자율의 본질을 키워가는 노력으로서만 바른 안정을 얻는 것이다. 자율적인 대학총장 선출제도의 도입은 그런 차원에서 지금이야말로 검토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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