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발씩 처지는 리듬이 무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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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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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37~49)=37로 관통해 흑이 두터운 형세라는 게 검토실의 중론. 중국 검토좌석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 그쪽의 형세판단도 비슷한 것 같다. 우변 백을 움직인 이상 38, 40으로 살아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한발 더 나간 42는 어떤가. 어쩐지 당한 느낌이 들어 가벼운 활용이라도 하나 해두고 움직일 생각이었을까. 그랬다면 42는 실착이다. 여기서는 ‘참고도’ 백1, 3으로 좌변 흑을 압박해가야 했다. 애초, 흑이 손을 뺐던 곳이므로 이 압박은 백의 권리. 자연스럽게 좌상 일대 백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우변 쪽 42를 힐끗, 쳐다본 커제는 길게 고민할 일이 아니라는 듯 상변 43으로 뛰어들었고 순간, 이세돌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다. 지나는 길에 활용 하나 해두려다가 선수를 빼앗긴 것이다. 관전자의 눈에 잡힌 전국의 흐름은, 흑이 활발하다. 그보다 꺼림칙한 느낌은, 한발씩 처지는 백의 리듬이 무겁다는 것이다. 두텁지 않고 억눌린 듯 둔탁하다. 이건, 이세돌의 바둑이 아니다. 44는 늦다. ‘참고도’처럼 백이 먼저 움직였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45, 47로 활개치고 사는 형태. 이 흑이 안정을 취하면 거꾸로 상변 백 일단을 공격대상으로 노릴지도 모른다. 37의 관통, 우상 일대의 흑은 그만큼 두텁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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