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어디까지 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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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신문지상을 통해 정부의 대외개방시책에 대해 여러가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국내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시장규모가 협소한 우리입장에서 대외개방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의 토론은 몇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중 하나는 왜 대외개방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감이 있었고 또 하나는 앞으로 대외개방 시책을 추진하는 방법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혼란이 있었다.
수입자유화를 포함하여 우리가 대외개방정책을 추구하는 목적은 크게 말해서 두 가지로구분된다. 첫째, 수입자유화 등을 추구함으로써 우리는 한정된 국내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값이 싸고 질이 좋은 중간재를 해외에서 자유로이 수입할 경우 우리 수출상품의 품질이 높아지고 원가가 낮아지게 됨으로써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은 되지만 국제경쟁력이 없는 완제품을 수입하게되면, 그러한 상품의 생산을 위해 비능률적으로 사용되던 자원이 경쟁력이 있는 수출산업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국내상품이해외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외국상품과 경쟁을 벌이게 되면 국내상품의 질이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독과점 생산자의 횡포 등이 줄어들며 이로 인해 국내소비자는값이 싸고 질이 좋은 다양한 소비제품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됨으로써 국민의 생활은 한층 더윤택해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대외개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대외적 요인이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꾸준한 수출증대로 이미 세계 제13위 교역국으로 부상함에따라 국내시장 개방에 대한 국제적 요청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외수출환경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우리 전체수출가운데 36%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은 작년에 새로운 통상관세법을 마련하였다.
이 법은 이른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미국이 개방한 것만큼 상대국에 대하여 시장개방을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특기할 것은 미국의 교역 대상국이 어떠한 대미수입을 규제할경우 미국은 그와 아무 관련이 없는 다른 분야의 대미수출을 보복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여건 하에서 어떻게 개방화 시책을 추진해나가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경제에서나 대외개방을 추진하려면 국내의 물가안정과 저축증대가 그 기반이 되어야한다. 물가안정과 저축증대의 노력 없이 개방화만이 추진될 경우에는 수입의 급증으로 국제수지가 크게 악화되게 마련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최근, 4년간 국민과 정부의 일치된 노력으로 물가안정과 저축증대의 기반을 이룩하였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의 대외개방정책은 국민생활 향상과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것이 기본 목적이므로 어디까지나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민간업계와 관계부처 간의 의견수렴을 통해 만들어진 예시제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예시제에 의한 단계적 개방이 바람직한 이유는 대내적으로는 개방의 시기와 범위를 사전에 알려줌으로써 해당기업이 시간을 갖고 수용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대외적으로는우리의 개방정책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우리의 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우리 교역대상국들에심어 주어 무역마찰을 사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84∼86년 상품수입자유화 예시제는 그간 정부의 적절한 보완대책과 업계의 적극적 품질향상 및 기술개발 노력에 힘입어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예시제는 상품수입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여타 경제분야에도 점차 확대 실시되는 것이 소망스럽다. 이와 같은 예시제는 외국인투자 분야에서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실시되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는 금융·보험 등 여타분야에도 점차 확대되어나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방화 시책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국익을 증진시키는데 그 근본 목적을 두고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예시제를 택함으로써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극소화하고 있다. 김기환<해외협력위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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