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발전소 배출 풀어주고 경유차만 묶어선 개선 안 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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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1 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나타낸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역에서 바라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다. [뉴시스]

수도권 대기오염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구멍이 뚫려 있어 느슨한 개선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경유 차 외에 다양한 오염 원인을 찾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 들어 미세먼지 오염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유 자동차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환경부는 경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는 인천·경기도 경유 버스의 서울 진입을 규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책의 바탕이 되는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15~2024)’도 경유 차 억제가 핵심이다. 2013년 말 마련된 이 대책은 친환경 차를 보급하고 노후 경유 차에는 매연 여과장치(DPF)를 부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 미세먼지를 2024년까지 82.1% 줄이는 게 목표다.


하지만 수도권 전체 배출량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기준으로 13.6%여서 자동차 오염을 대폭 줄여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대책에 포함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시행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면서 시행이 불투명해져 이 같은 감축 목표도 위협받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중대형차를 구입할 때 부담금을 물리고 친환경 차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또 도로 주행 때 경유 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인증시험 때보다 최대 20배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기술 발전으로 오염이 줄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반면 공사장·나대지 등에서 나오는 비산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82.5%를 차지하지만 겨우 17.3%를 줄이는 게 목표다. 또 공장,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2024년까지 7.8% 증가하는 것을 허용했다. 전국에 28개 화력발전소를 짓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2027년)에 따라 수도권에도 미세먼지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수도권 대기 개선 특별법’에서는 수도권 대형공장·발전소를 대상으로 먼지 총량규제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환경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을 유보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먼지는 측정이 쉽지 않아 기술적으로 보완한 후 총량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환경부는 기술 보완을 위한 연구용역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대책은 2010년 ㎥당 49~5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인 서울·인천·경기도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2024년 30~36㎍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환경기준 25㎍을 훨씬 웃도는 느슨한 목표다.


구윤서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대책에서 경유 차 억제를 최우선 순위로 둘 게 아니다”며 “배출원별로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기초연구부터 탄탄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천소각·숯불구이·찜질방 등에서 배출되는 비산먼지 실태를 파악하고 건설기계·선박 등의 배출량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정균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배출원별 발생량을 정확히 파악해 수도권 대책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를 거쳐 다음달 초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25일 시작된 중국발 스모그는 주말인 28일에도 이어져 이날 서울시내 미세먼지(PM10) 농도는 ‘보통’과 ‘나쁨’의 경계인 80㎍을 오르내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그동안 쌓인 오염물질과 대기 정체로 인해 28일 밤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짙어져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지역에서는 30일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관계기사 6~7면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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