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 시리아 라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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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31면

‘이슬람국가(IS)’의 점령하에 있는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는 나의 고향이다. 지금 이 순간도 라카는 시리아 정부군과 미국·요르단 등 연합군 그리고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고 있다. IS 대원도 공습목표이기는 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은 IS에 사실상 인질로 잡혀있는 민간인이다. ‘유프라테스의 신부’로 불렸던 아름다운 라카는 시리아 시민혁명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독재정권에서 해방된 첫 번째 도시다. 원래 인구가 100만명이었으나 다른 지역에서 자유를 찾아온 시리아인들이 들어와 400만명까지 늘었다. 그러다 IS가 이곳을 점령하자 상당수가 피난 가고 지금은 150만명이 남아있다. IS에 볼모로 잡힌 사람들은 대부분 노약자와 여성이다. 이들은 IS로부터 엄청난 억압을 받고 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식재료와 원조가 부족해 가난과 굶주림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의료진 부족과 끝없는 폭격으로 의료시설 등이 파괴되어 병이 만연해 있다.


알아사드는 IS가 세력을 확장하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그래야만 자신이 폭력적인 테러집단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IS가 장악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구매하고 다른 물품으로 대금을 지급하기까지 한다. IS는 차량을 타고 라카에서 고대도시 팔미라로 가는 노출된 사막 길을 달리지만 이들에 대한 공습보다는 라카 내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더 자주 행해진다. 시민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시리아 정부군 관할 지역으로 나가게 되면 그들은 IS점령지에서 왔기 때문에 곧장 체포된다. 다른 나라로 탈출해도 공식적으로 문서에 남아있는 자신들의 고향 이름 때문에 고생한다. 나도 여권에 적힌 ‘라카’ 라는 출신지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IS는 테러분자이고 범죄자들이다.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동시에 그들에게 볼모로 잡혀있는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IS가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모술, 팔루자 그리고 다른 도시들의 사정도 라카와 비슷하다. 국제사회는 인류애를 되찾아야 하고, 그곳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어야 한다.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 라카 혹은 팔루자에서 죽은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은 파리나 런던 혹은 워싱턴에서 죽은 희생자들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먼저 휴머니티를 찾기를 바란다. 라카는 내 고향이고 전 세계는 나의 나라이다.


압둘와함?모하메드 아가동국대 법학대학원?박사과정·헬프시리아?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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