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구리선 수입한 컨테이너 속에 벽돌만 가득…세관 13억 피해 조사중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수출 전 컨테이너에 실린 구리 모습(동스크랩 사진) [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지난 1월 말 인천항의 한 부두. 중국에서 들어온 컨테이너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하던 세관원들이 깜짝 놀랐다. 서류상에는 '폐 구리선'으로 신고됐는데 엑스레이로 비춰본 내용물은 네모 반듯한 물품 뿐이었다. 컨테이너 문을 열자 폐구리선이 아닌 벽돌 등이 가득 실려 있었다.

인천세관본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무역 사기 피해를 확인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수입업체 2곳은 파키스탄과 중국에서 각각 폐 구리선 450t과 80t 등 530t(23억원)을 들여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인천항에 도착한 2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 27대에는 벽돌과 건축폐기물만 채워져 있었다. 해당 업체들은 이로 인해 13억원(114만 달러)의 재산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인천세관은 해외 무역사기단이 런던금속거래소의 국제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고 국내 수입업체를 유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 이미지

인천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벽돌 사진 [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이들은 수입업체들에게 "다른 회사에 뺏긴다"며 선결제를 요구한 뒤 수출국 현지 선적장소에서는 정상적으로 폐구리선을 실은 컨테이너를 보여줬다. 하지만 다른 장소에서 벽돌 등으로 내용물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세관은 추정했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구리 거래가격은 국제시장에서 표준화돼 있으니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거래를 제안하면 사기일 확률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세관은 국제 사기조직을 추적하고 해당 국가의 세관에도 공조 수사 요청을 할 계획이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