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핵폭탄을 샀다" | 불 주간「VSD」지 르뽀기사 유럽에 큰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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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원상 특파원】『나는 핵폭탄을 샀다』
파리의 주간 VSD지는 최근호에서 이런 제목의 르포기사를 실었다.
7천 3백만 달러 (약 6백 40억원)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18.7kg의 농축우라늄과 1kg의 플루토늄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이 기사의 줄거리다. 이 정도의 원료면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폭과 같은 성능의 핵폭탄제조가 가능하다.
구입계약서 등 관계서류로 그 진실성이 뒷받침된 이 기사는 파리의 주요 일간신문과 텔레비전방송 등에 인용,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오늘날 핵폭탄제조에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웬만한 전문가라면 과학도서관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몇 권의 전문서적만 읽고도 도시 하나쯤 거뜬히 파괴할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군사용 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확보. 이 핵무기원료는 핵무기를 공식적으로(?)보유하고 있는 일부 강대국들이 그 생산과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기타국가나 개인의 구입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돼있다.
그렇다면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아르헨티나·남아공 등이 핵폭탄을 갖고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또 그동안 의문 속에 없어진 많은 양의 핵 원료는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66년 5월 미국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공장에서 1백kg의 농축우라늄이 증발한 것을 비롯해 77년 9월 펜실베이니아주 아폴로 시에서는 11㎏의 농축우라늄이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82년에는 일단의 전문가들이 미국 테네시주소재 오크리지 핵무기공장에서 지난 37년 간 8백kg의 농축우라늄이 없어졌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과 같은 핵폭탄 80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 르포기사는 무기암시장에서 핵원료가 비밀리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이 같은 의문에 대답하고 있다.
지난 2월초 「파트릭·베르트뢰」기자는 핵 원료구입임무를 띤 남미의 한 정부요원으로 신분을 가장, 무기암시장에 잠입했다. 취재팀은 1백 42일간의 수소문 끝에 뉴욕에 사무실을 둔 한 파키스탄사업가와 겨우 접선, 그의 소개로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파리근교에서 보다 구체적인 50대의 인물과 만났다.
일행은 다시 제네바에 있는 제 3의 인물에게 인계돼 런던의 한 조직이 당장 인도가능한 약 18kg의 농축우라늄과 1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구입하기 위해선 7천만 달러의 물품대금과 4백만∼5백만달러의 커미션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런던의 조직을 대리한다는 제 4의 중개인과 오랫동안의 교섭 끝에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지난 6월 6일 런던 파크타워 호텔근처의 한 사무실에서였다.
핵원료의 실제판매자는 밝히지 않은 채 마샬군도의 퍼시픽 차터드 뱅크가 파는 쪽을 대리해 작성한 계약서는 구입자가 지정하는 장소까지의 안전한 상품운반책임을 판매자가 지며 국제적인 대 보험회사가 운송사고에 대한 보상과 상품의 질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베르트뢰」기자일행이 7천 3백만달러를 지불하고 핵원료를 인수할 필요는 없는 것이어서 이들이 계약서사본을 손에 쥐는 순간 줄행랑을 쳤음은 말할 나위 없다.
VSD지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를 비롯해 웬만한 단체들에 7천 3백만달러가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고 말하고 어떤 테러단체 건 핵폭탄을 직접 제조, 세계 어느 곳에서건 터뜨릴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경고로 기사를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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