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옆 땅주인 "담장 세우게 해달라" 항소심서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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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이며 3.1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장소, 탑골공원.

이곳 토지의 일부를 소유중인 A씨가 “내 땅 주변에 담장을 세우게 해달라”며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선 승소했다가 2심에서 패소했다.

1991년 10월 당시 문화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일대 1만 5720㎡를 사적 제354호 문화재로 지정하고 ‘탑골공원’으로 이름붙였다. 근처에 지상 5층짜리 영업용 건물과 땅을 소유하고 있던 A씨는 탑공공원 동쪽 경계의 땅 262㎡ 정도도 자신의 소유로 가지고 있었다. 이 땅은 공원 일부였지만 실제론 경계로 쓰이는 담장 바깥쪽 통로였다.

A씨는 2004년 종로구청장에게 “이 땅을 국가에서 사들여달라”고 요청했다. 구청은 이듬해 토지를 매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재원 부족을 이유로 최종 무산됐다. 이후 2010년 A씨가 “공원 주변에 음주와 노숙, 노상방뇨 등 풍기문란 행동이 계속돼 담장 세워 깨끗한 거리를 만들겠다”며 종로구청에 담장설치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구청은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문화재청도 2014년 “문화재 훼손에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허락하지 않자 결국 A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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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담벼락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지난해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는 “A씨 땅은 탑골공원 바깥쪽이어서 담장을 설치해도 문화재 보존ㆍ관리에 큰 영향이 없고 A씨의 재산권 행사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고 있다”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김흥준)는 땅주인 A씨가 “문화재 형태를 변경시킨다는 이유로 내 땅에 담장을 세우지 못하게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현상변경불허처분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담장을 세우면 내부에서 보이진 않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상당 부분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담장 설치를 허락하면 공원 내 다른 사유지 주인들이 비슷한 신청을 해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져 탑골공원 주변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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