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목소리 실린 자기다움 없어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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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학기말 시험기간이어서인지 투고 작품의 수가 조금 줄었고, 작품 수준도 약간 떨어진 감을 주었다.
시험기간이라 학교 시험준비에도 바쁘겠지만 「논술」이란 하루아침에 되는것이 아니니만큼 평소에 주 1편 정도는 차분히 써 보는게 좋을 것이다.
이번 응모작품의 공통점은 필자부재의 글이라는 것이다. 논술은 곧 자기주장이다. 따라서 어떻게 자기다운 글, 자기만이 쓸 수 있는 글을 만들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일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논술(문)의 본보기로 흔히 신문사설을 떠올린다. 그러나 신문사설은 사회공기로서의 신문(사)의 견해나 주장을 주필이나 논설위원들이 대변하는 것으로 필자의 사사로운 개성이나 감정은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논술고사에서는 응시자들 개인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는 것이다. 더구나 논술(문)을 에세이(중수필)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교수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이번에 뽑은 정의선양의 글은 여가를 즐기려는 인간본성에 관한 고찰에서 출발함으로써 서두에서 읽는 이에게 무거운 느낌을 주는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전개부 이하에서 너무 평범하게 흐르고만 감이 있다.
더구나 네 군데의 (가)에서 보듯 「가진」을 「갖은] 으로 적는 등의 오류는 글쓴이의 국어실력을 의심케 할 만한 일로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채점한다면 큰 실점의 이유가 될 것이다.
「특이하다」같은 형용사를 동사처럼 사용한 것 ㈏도 문제다. ㈐의 「그러므로」는 문맥상 알맞지 않은 말. 인과관계를 잘 살려서 쓰도록 해야한다. ㈑는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대상이 분명치 않을 뿐더러 고교생의 신분으로는 다소 외람스러운 훈시조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는 「내 것」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조사의 남용도 삼가야겠다.
이밖에도 고딕체부분에 대해 좀더 적절한 단어 선택이나 기술을 하도록 해야겠다.
조은아양의 글도 신문사설투의 글이다. 고딕체의 ㈎는「번잡한」으로 고치는게 좋겠고 ㈏의「여행」과「바캉스}는 병렬관계로 다룰 수는 없다. 더구나 「바캉스」는 「여름휴가철」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으므로 서두의 「여름 휴가철을 맞아」와 연결시켜 보면 적절한 말이 아님을 알수 있을 것이다. ㈐는 중복되는 말이고 ㈑는 「활력소를 얻는」으로 고치는게 좋겠다.
㈒와 ㈓도 그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그 이하의 고딕체 부분도 표현을 좀더 부드럽게 고치거나 말의 중복을 피해야 하겠다.
이번 주제에서는 여름 휴양지에서의 자신의 체험을 살려 현장감이 살아나도록 글을 썼다면 개성 있는 글이 됐을 것이다.
김은전 <서울대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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