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풍부해진 방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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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31면

2004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케이블방송을 제외하고 일반 종합 방송국이 3개밖에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았던 터키만 해도 그 당시에 채널이 꽤 많았다. 나중에야 이런 것이 방송통신법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09년이 되면서 미디어 관련법 개정이 쟁점이 됐다. 진보 지식인들은 이 법안을 보수의 언론 장악 기도와 재벌의 권력 강화로 봤고 이에 반대했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 법안이 2010년 통과되었지만, 2011년 말~2012년은 한국의 언론사 파업 시기였다.


KBS·YTN·MBC는 낙하산 논란으로 위기에 처했고, 2012년 2월 파업이 잇따라 일어났다. 2013년 하반기에는 이런 문제들이 마무리되고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 방송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금 다시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재평가하자면, 물론 단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장점들이 더 많아 보인다. 일단은 한국의 미디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새 미디어법의 역할을 부인할 수가 없다. 자유경쟁체제에서 한국의 방송들은 많은 창의적인 콘텐트들을 만들어냈다. 현재와 5년 전의 방송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채널 수가 많아지다 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 뛰어난 작품들이 나왔다.


뉴스 방송도 어느 정도 균형을 잡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종편에서 다양한 색채의 보도가 나오다 보니 기존의 지상파는 이념 갈등 분위기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방송 3사는 이제 신경쟁체제에서 신뢰성이 강한 보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진보든, 보수든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는 방송이 충분이 많아졌다. 이제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지상파에 예전처럼 그렇게 심한 개입이 없어질 거라고 본다.


신생 종편들은 또 사회 통합에 있어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종편은 아무래도 방송의 시장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좀 자극적인 기획을 하려고 한다. 특히 시사 토크 프로그램들이 의견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출연시켜 열띤 토론을 전개하다 보니 시청률도 그런대로 잘 나온다고 한다. 서로 반대된 이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 좋은 효과도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성은 늘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미디어 관련법 개정 법안에 우려를 표시한 사람들이 지적한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감시 역할을 잘 하면, 그 문제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파고 시나씨터키 지한통신사?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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