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화원사건」오늘 첫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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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문화원농성사건 관련 대학생들의 첫 공판이 학생들의 재판거부와 방청객들의 소요로 20분만에 연기됐다가 하오3시부터 열렸다.
학원문제와 관련된 공판이 피고인들의 거부로 지연된 사례는 있었으나 방청객들의 동조로 재판이 연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전 공판에서 담당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 합의13부(재판장 이재훈부장판사·주심 서명수판사·배석 강일원판사)는 개정시간인 15일 상오10시 정각에 입정했으나 학생들이 수갑찬 두 손을 치켜들며 구호와 노래를 계속 부르고 방청석에서 이에 호응해 노래를 부르자 10여분동안 자제할 것을 촉구했으나 소요가 계속되자 『공판개정시간을 하오 3시로 연기한다』고 밝힌뒤 퇴정했었다.
법원주변에는 상오8시쯤부터 서울시경 기동대 3개중대등 5백여명의 정사복 경찰관이 삼엄한 경계망을 폈다.
법정에서 나온 재판부는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학생들이 너무 심하게 나온 것 같다. 하오 공판은 진행될 수 있도록 변호인들이 학생들을 설득해 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검찰측은 변호인단에게『하오재판에서도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비공개 재판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 재판부에 비공개재판 신청을 낼 뜻을 비추었다.
그러나 공판이 중단된 후 서울형사지법 황선장원장실에서 상오11시쯤부터 황원장과 박만호수석부장판사, 이 사건재판장인 이부장판사등이 모여 30여분간에 걸쳐 대책을 숙의한 후 이날하오공판도 상오때처럼 방청객을 모두 입정시키고 재판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법정소란=상오9시55분쯤 교도관들의 엄중한 계호를 받으며 처음 법정에 들어선 함운경군등 2명의 피고인은 수갑을 찬 두손을 머리위로 높이 쳐들며 『광주사태 책임져라』『국가보안법적용 철회하라』『미국은 공개 사과하라』는 등의 구호를 큰소리로 외쳐댔다.
다른 학생들이 이에 따라 구호를 외치자 방청석을 가득 메운 2백70명의 가족등 방청객 대부분이 『와』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 법정안은 삽시간에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피고인들은 『5월이 오면』 이란 노래를 합창하기 시작했고 방청석의 가족·학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불러 정리가 저지했으나 막을 수 없었다.
◇재판부 퇴정=재판부는 상오10시 정각 입정, 법대에 앉았으나 그 직후부터 소란이 계속되자 아무말도 없이 곧바로 퇴정했다.
상오10시5분쯤 정리가 마이크로 진정해주도록 호소했고 변호인석의 박찬종변호사도 일어나 피고인들에게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때 한 피고인이 벌떡 일어나 방청석을 향해 뒤로 돌아서서 『재판을 전면거부 한다』 고 외쳤고 이어 나머지 피고인들은 『타는 목마름으로』 라는 노래를 합창, 교도관들로 부터 『지식인답게 약속을 지켜라』 는 저지를 받았다.
재판부는 상오10시10분쯤 다시 입정했으나 피고인들이 재판부를 향해 『누가 죄인인가』 고 계속 외쳤다.
이때 재판장 이재훈부장판사는 마이크를 통해 『교도관들은 피고인들을 자리에 앉히고 방청석은 조용히 해달라』고 2∼3차례 반복해 당부했으나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방청석 소요=상오10시15분쯤 방청석에서 20대 여자가 일어나 『재판장님께서 저 학생들의 말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고 큰소리로 외치자 재판장은 정리에게 그 여자 방청객을 퇴정시키도록 명령했다.
◇재판거부=이때 전학련의장 김민석군이 일어나 자신들의 3가지 주장을 외치며『이번 공판이 재판이 아닌 범국민적 토론회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군이 일어서 계속 고함을 치자 재판장이 교도관들에게 김군을 퇴정시키도록 명령했다.
◇재판연기=김군이 자리에 앉으면서 피고인중 1명의 선창으로 피고인들과 방청객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재판부가 하오에 속개하겠다며 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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