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사프달 대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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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와 임원진들이 20일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비공개로 만나 직접 사과했다.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장본인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20일 피해자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옥시 대표가 피해자들을 만나 공식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는 처음이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한국법인 대표와 임직원들은 이날 오후 1시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피해자들과 간담회(제1회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사과의 장)를 했다. 간담회에는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와 가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옥시제품을 사용해 12년째 산소호흡기 도움을 받고 있는 임성준(13)군의 모습이 보이자 “어린 아인데, 어쩌다가 저렇게 됐나”라며 안타까워했다.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는 피해자와 가족이 아직도 겪고 있는 고통을 호소하고, 대표가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 1시간 전부터 호텔에 온 피해자들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한 가족은 “5년간 옥시의 사과를 기다려왔다”며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피해유가족연대 회원인 유연성씨는 “사과를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며 “소속 회원들끼리 논의해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장에서는 50대 여성이 “기침이 너무 심하고 약을 1년 이상 먹다 보니 뼈가 약해져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며 “병원에 입원도 했고 목발을 짚고 다니는 데 너무 고통스럽다”며 사프달 대표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사프달 대표는 “여러분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제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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