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다른 나라 짓밟는 일 두 번 다시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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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에서 “우리는 필요한 자위 조치만 취한다. 침략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며 일본의 침략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9조의 개헌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과정에서다.

집단자위권 놓고 야당 대표와 격론
“필요한 자위 조치만 취할 것” 주장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국회 토론에서 오카다 대표는 자민당의 헌법 개정 초안 9조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 행사를 한없이 인정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 허용하면 헌법의 평화주의는 무너진다. 절대 인정할 수 없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우리는 필요한 자위 조치만 취한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침략이나 다른 나라를 짓밟는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며 평화주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으로도 평화주의는 충분히 지켜지는 게 틀림없다. 민진당이 헌법 개정안 초안을 내놓지 않으면 논의할 수가 없다”며 오카다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침략 사실을 직접 언급하는 걸 꺼려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침략에 해당하는지는 역사가의 논의에 맡겨야 한다”(지난해 8월)라거나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2013년 4월)라며 피했다. 그런 아베 총리가 이날 발언으로 ‘일본이 침략을 했고, 헌법 개정 이후에도 침략을 되풀이하진 않겠다’라는 걸 인정한 셈이 됐다.

◆백악관 “히로시마 방문은 모든 희생자 기리는 것”=오는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관련,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태 담당 선임보좌관은 “수 많은 일본인에 더해, 많은 한국인과 다른 아시아인들도 희생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의 목적은 모든 희생자를 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수많은 일본인과 한국인, 아시아인, 그리고 미국 전쟁포로 등이 희생된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해 온 원폭 피해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청중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연설에서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핵보유국으로서 핵 군축을 위해 행동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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