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세현 "구원왕 오르는 것이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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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넥센은 8회까지 9-2로 앞서다 9회 초 4점을 내주고 9-6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진 2사 1루 상황에서 염경엽(48) 넥센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넥센 마무리 김세현(29)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NC 지석훈을 상대로 시속 150㎞대의 빠른 공 3개를 잇따라 던진 그는 시속 141㎞짜리 고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공 4개로 거둔 시즌 10호 세이브. 넥센은 18일 현재 4위(20승1무17패)를 달리고 있다. 팀 승리의 절반을 김세현이 지켰다. 그는 "내게 너무 행복한 날"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시즌 전 넥센은 꼴찌 후보로 꼽혔다. 4·5번을 쳤던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유한준(35·kt 위즈)이 빠졌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34·롯데)도 이적한 공백이 커보였다. 불펜 필승조였던 조상우(22)·한현희(23)마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 시즌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다.

염 감독은 "중심타자들이 빠져나간데다 목동구장에서 고척돔으로 홈 구장을 옮겼으니 빠른 야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파워 대신 스피드를 앞세워 공격력을 유지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불펜 약화는 해결책이 없어 보였다. 특히 최근 3년간 101세이브(평균 33.6세이브)를 올린 손승락의 공백은 무척 컸다. 그러나 염 감독은 지난 1월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김세현을 마무리 투수로 점찍었다.

염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좋은 피칭을 보였다. 실패해서 욕을 먹더라도 김세현을 마무리로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현대에 입단한 김세현은 1m88㎝의 큰 키와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갖춘 유망주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속구 투수가 그렇듯 제구력이 좋지 못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207경기에 등판했지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지난해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김세현은 8월부터 선발진에 합류했다. 김세현은 네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해 9월 5일 인천 SK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한 뒤 나흘 만에 그는 1군에서 사라졌다. 복통을 호소해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야구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3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통해 완쾌 판정을 받은 그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완봉승을 올렸던 자신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는 큰 일을 겪은 뒤 이름을 김영민에서 김세현으로 바꿨다.

과거 김세현은 빠른 공을 뿌리기 위해 왼 어깨를 몸쪽으로 한껏 틀었다 던졌다. 회전력은 커졌지만 중심이 흔들리면서 제구 불안으로 이어졌다. 올해 김세현은 이 자세를 교정했다. 더 빠른 공을 던지려고 애쓰는 대신 더 자신있게 공을 던진다. 올 시즌 17이닝을 던지는 동안 김세현은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10세이브를 기록 중인 김세현은 SK 박희수와 함께 구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염 감독은 "김세현을 구원왕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세현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구원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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