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녀 가정이 늘어간다|한국인구보건연, 조사보고에 나타난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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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녀를 안 갖는 가정이 생겨난다. 새로운 현대가족의 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무자녀가정은 20대말∼30대초의 자기일을 가진 여성을 중심으로 차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이 발표한「1982년 전국가족보건실태조사보고」에 따르면 전국의 무자녀가정은 6·5%. 대도시가 7·4%, 중소도시가 6·7%, 농촌이5·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 문현상 연구원(가족계획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이 수치에는 불임이나 가족계획에 따라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가정도 포함돼 있긴 하나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자녀를 갖지 않는 이들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한편 84년 동연구원이 실시한 「미혼 노동여성의 인구 및 성에 대한 태도연구」에서 8·8%가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응답, 젊은 여성들의 자녀관에 대한 변화를 보여준다.
자녀를 안갖는 가정들의 대체적인 이유는 부부애에 대한 자신감, 임신·출산으로 인해 야기되는 캐리어의 공백기, 양육에 대한 두려움 때문.
강현숙씨 (32·대학강사)는 『아이라는 고리에 의존하지 않고 두사람의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가자는 남편의 의사에 동의, 자녀를 안갖기로 했다』고 들려준다. 결혼한지 6년째가 된 그는 처음에는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키워줄 테니 낳으라고 종용했지만 남편의 설득으로 양해가 이뤄졌다고 했다.
무용가 오은희씨(31·서울예전무용과장)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공백기의 문제로 자녀를 안갖는 케이스. 결혼한지 만4년째인 오교수는 『무용가는 계속 움직여야하므로 오랫동안 쉬게 되면 곤란하다』면서 남편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문제는 없다고 덧붙인다.
결혼한지 2년이 된 이향미씨 (26·디자이너)는 『아이 때문에 내 일이 지장을 받게 된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이긴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엄마로서 잘 키울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이 앞서고 아이로 하여금 험한 세상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과연 잘한 일인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발적 의사에 의해 무자녀 가정이 생겨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모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가족계획협회 조항원씨는『60년대 3자녀 갖기에서 최근 한자녀 갖기로 가족계획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자녀를 많이 낳아 키우는 가족관으로부터 부부중심의 가족관으로 바뀌어갔으며 이에 따라 자녀에 대한 가치관도 소유의 개념에서 동반자의 개념으로 바뀐 때문』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핵가족이 안고있는 양육의 문제가 사화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못한것도 한 원인으로 그는 보고있다.
한편 문연구원은 65년 미국의 경우 무자녀가정은 5%수준이었다고 밝히고 앞으로 국내에서 자녀를 안갖는 가정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았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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