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도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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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마르코스」필리핀대통령부처와 몇몇 각료, 부호들이 미국에 수백만달러씩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세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진원은 미국의 머큐리 뉴스지. 이 신문은 지난 6월말 법원자료와 경찰조사를 근거로 그같은 보도를 했다.
「마르코스」대통령부처는 프린스턴시에 대지 13에이커 (약1만5천평) 나 되는 저택을 갖고 있고, 부인「이멜다」여사는 뉴욕시 중심가에 네덜란드 안틸스, 앵커 홀딩즈등 2개 부동산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
이에 질세라「엔릴레」국방상,「벨라스코」에너지상등 각료와 부호들이 대리인을 시켜 부동산과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그 뉴스는 필리핀 언론의 집중 보도로 때아닌 매스컴 호경기를 몰고 왔다. 또 야당은 국회 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내고, 민간단체들도「마르코스 사임운동」을 벌이고 있다.
장기 세권, 독재자라는 악명에 시달려 온「마르코스」는 이제 재산 해외도피의 오명까지 쓰게 될 처지에 몰리고 있다.
「마르코스」가 즉각『정부의 합법적인 해외투자』라고 재산도피를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어쩐지 개운한 해명은 못돼 보인다.「마르크스」부처의 재산에 대한 나쁜 소문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2월 21일 제출한 보고서에서『필리핀 국민들은「마르코스」 일가가 수십억달러의 돈을 해외로 유출시켜 필리핀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사실은 여하간에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그같이 의심받고 있다는게 더 큰 문제일것 같다.
지난 3월11일자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지는「마르코스」부처가 정부투자형식으로 사재 9백25만달러를 미국 실리콘 밸리의 3개회사에 투자했다고 폭로한 바도 있다.
그보다 앞서 83년 11월에 UPI통신은「권력에서 금력까지」를 좌지우지하는「마르코스」가의 재산에 대해 쓴 바도 있다. 그때 사용된 어휘가 너무도 상징적이었던게 인상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호사스런 생활』 이라느니, 『동화 같은 부를 누리고 있다』는등.
『퍼스트 레이디 「이멜다」여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명의 여인중 한명으로 손꼽히며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화려한 옷차림, 돈을 물 쓰듯이 하는 낭비벽 등으로 유명하다』고 한 대목도 있었다.
그때 그 보도는『「마르코스」대통령은「이멜다」여사에 비할 정도가 아닌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는 구절을 덧붙이고 있었다.
재산도피의 의심을 받는 지도자를 가진 나라의 불행은 역시 마음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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