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 강경방침 따른 신민당 안팎|야 속사정 복잡해 대응책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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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이 극비회동」에서 표출된 정부 여당의 김대중씨에 대한 강경방침은 야권내부에 복잡한 양상의 충격을 던지면서 정국혼미를 가중시키고 있다.
김대중·김영삼씨와 신민당은 이 파동에 어떻게 대응하고 수습할지 고심하고 있으나 아직껏 이렇다할 분명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야권일부에서 이민우 신민당총재가 재야와 신민각계파를「분할·통치」하려는 정부·여당측의 계산된 술수에 말려들었다는 지적도 나올 만큼 야권 속사정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이번 파동은 두 김씨 간의 협력관계, 신민각계 파내의 합종연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자칫하면 야권결속이 흔들리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고, 또 앞으로의 정국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결정을 두 김씨와 신민당이 해야한다는 부담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당사자인 김대중씨와 동교동계 반응은 착잡하다. 동교동계측은 이총재가 공식적으로, 또 김동영 총무를 통해 밝힌 회동내용에 대해 다소간의 의혹을 못 버리는 눈치다. 이중재 의원을 이총재에게「특사」로 보내 내용을 알아보기까지 했다.
이총재가 동교동측이「곡해」하는 정도의 무엇은 없었다고 해명했음에도 이중재 의원이 『이총재가 동교동측의 오해를 풀어야한다』고 말한 것은 동교동측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그래서 동교동의 8인소위에서는 차제에 김재광씨를 지원해 당권을 장악, 힘을 갖고 대여협상을 주도해 김대중씨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보다 한층 강해지고 있다. 동교동이 대여공식창구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실상과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곡해되어 전달되고 있어 김씨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동교동측은 문제해결의 특별한 방도가 없어 우선은 상도동측에 책임전가를 하는 입장이고 단기적으로는 관망하면서 장기적으로 강경한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동교동측은 아직은 상도동측과 신민당 태도를 지켜보는 자세다.
동교동측은 우선 신민당의 확대간부회의(8일)와 정무회의(9일)에서 사면·복권을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와 8일의 민추협 상임운영위원·지도위원연석회의에서 같은 결의를 함으로써 자기들의 입장을 강화한 후 8월1일의 전당대회에서 김대중씨의 상인고문영입결의를 하도록 하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경우에도 김씨의 수락여부는 관계없는 추대가 된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동교동측이『제헌절 이후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김영삼씨의 태도를 보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하는 점이다.
김영삼씨의 중대결심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동교동측의 어조와 주장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김영삼씨와 당주류가 책임을 지고 대여투쟁을 벌여 김대중씨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김영삼씨가 단독입당도 해야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이같은 동교동측 분위기에 대해 김영삼씨 진영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나, 정국을 경화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강온 양면 전략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씨는 임시국회를 열어 사면·복권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 대여협상에서 사면·복권문제가 해결 안될 경우 오는 정기국회는 파행을 면치 못할 것임을 주지시키라고 김동영 총무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김씨는 기본적으로는 정부·여당의 강경방침이 야권의 분열을 노린 계획이므로 이에 즉각 피부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정부·여당의 태도에 구애됨이 없이 독자적으로 김대중씨와 자신이 행동해야 하다는 입장을 갖고있다.
그래서 김씨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입당하자는 종전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김대중씨와의 협의에서 어떻게 결말날지가 관심사다. 김대중씨가 입당을 수락 안 할 경우 김영삼씨 자신만이 입당할지가 앞으로의 관심사이에 동교동측은 이를 바라는 눈치다.
신민당으로서는 김대중씨 의사에 관계없이 전당대회에서 두 김씨의 고무추대를 강행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조처로써 신민당은 두 김씨가 처한 난처한. 입장을 모면케 하고 정부·여당의 강경방침에 당으로서도 대응하는 결의를 표시할 수가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반대파인 김재광씨는 노-이 회동의 내용을 물고 늘어지며 동교동측에 파고들고 있다. 김재광씨계는『이총재가 뭔가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극비로 쉬쉬하려 하지 않았겠느냐』며 전당대회에서 동교동측의 지원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총재의 재추대는 동고동계의 설자리를 약화시킨다는 김재광씨계의 설득은 동교동측 일부에 상당히 먹혀들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광씨는 노-이 회동으로 인한 동교-상도동간의 불협화음에 재빨리 편승, 8일 두 김씨를 차례로 방문해 또다시 입당권유를 했다. 김재광씨의 이같은 움직임이 동교동측의 환심을 사서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이끌자는 속셈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당내의 이 모든 이상기류는 두 김씨 회동, 10일의 이총재및 두 김씨간 3자회동의 결과에 따라 증폭될지, 해소될지 결정될 것 같다.
지금으로선 두 김씨가 정부·여당의 강경책을 두 김씨 간의「이간책」으로 인식, 협력의 틀을 깨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강온 양면으로 대처해갈 가능성이 높다.
즉, 여당이 불응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 소집을 하는 하편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협상을 긴밀히 펴나갈 공산이 크다.
그러면서 오는 임시전당대회에서 ▲두 김씨의 상임고문 추대 또는 ▲김영삼씨의 단독 입당에 의한 상임고문 취임 및 입당서 미제출 상태의 김대중씨 상임고문 추대방안중 택일로 정부·여당측의 대응을 시험해보는 방안이 활발히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든 두 김씨와 신민당 각계파간에는 급격한 정국경색을 막고 어중간하게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병행될 전망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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