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하는 가난] 정부보조받던 '20년 가난' 이렇게 벗어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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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제외됐다는 동사무소의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20년 이상 정부 보조로 살았던 가난한 생활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이지요."

경기도의 중소도시에서 홀어머니(63)를 모시고 사는 李모(24)씨. 그는 지난해 10월 수급자에서 벗어났다. 어릴 때부터 생활보호대상자, 2000년 10월부터는 수급자로 이름이 바뀌면서 정부의 보조를 받아오던 생활을 청산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에는 생계비 상담을 위해 동사무소를 찾는 어머니 모습에 창피함을 느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정부의 학비 보조를 받아 고등학교를 마쳤다. 돈이 없어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 열두시간씩 호프집에서 일했다. 여기서 번 돈과 정부의 생계비 보조금으로 살았다.

2001년 6월 동사무소에서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소개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웹 전문가 과정)은 새 세계에 눈을 뜨게 했다.

"1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전문가가 되려는 꿈에 부풀었죠."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지만 컴퓨터에 대한 기본지식을 익히는 데 도움을 받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생계가 더 급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부의 직업 알선으로 지금의 회사에 들어갔다. 맡은 일은 품질 및 자재 관리. 직업훈련 때 배운 컴퓨터가 회사 생활의 큰 밑천이 되고 있다. 그의 월급은 1백10만원 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급자 최저생계비(2인가구 기준 59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많지는 않지만 자신이 번 돈을 쓴다는 점, 그 돈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한다.

"학원을 다니려 합니다. 자격증을 따면 지금보다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죠. 그러면 가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가 직업훈련에서 취직까지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자활사업을 잘 활용하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과연 李씨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던 빈곤을 자기 대(代)에서 완전히 끊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목표의 70%가량을 달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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