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마늘 팔러 일본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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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날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과 직원들이 부산 광안대교에서 일출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일, 천호식품 김영식(55) 회장은 새벽 5시30분에 일어났다. 집 앞 목욕탕에 들러 냉탕.온탕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아내와 부산 광안리 광안대교로 가 오전 7시30분 바닷가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일출을 즐겼다. 김 회장은 그곳에서 직원들과 함께 플래카드를 내펼쳤다. 천호식품의 인기 상품 '통마늘 진액' 유니폼 차림이었다.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새해 첫날 동해일출의 기운을 가득 담아 천호통마늘 고객님께 드립니다"

그는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통마늘진액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출 구경에 나선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를 지켜봤다.

김 회장은 직원 12명과 함께 해운대 '금수 복국집'으로 갔다. 매실주 4병을 곁들여 복국을 먹고 직원들과는 헤어졌다. 오전 10시30분 김 회장은 아내와 함께 인근 영화관에 들러 2시간 동안 영화 '태풍'을 감상했다. 김 회장 부부는 오후 1시 30분부터 해운대 백사장에서 거리 화가 앞에 앉아 초상화를 그리고, APEC 정상회담을 한 해운대 누리마루를 관람한 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 모둠 소시지와 맥주 4병을 나눠 마시고 오후 5시 30분 귀가했다.

김 회장은 그 뒤에도 그냥 집에 눌러 붙어 있지 않았다. 동네 테니스장에서 오후6시부터 2시간 동안 테니스를 치고 회원들과 소주 한잔을 하고 오후 10시30분 집으로 왔다.

김 회장은 이날 택시를 두 번 탔다. 운전사에게 팁 1000원씩을 주면서 '통마늘진액' 홍보를 부탁했다.

이날 17시간 동안 김 회장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 상품을 홍보하고, 마케팅 이벤트를 하고 영화와 테니스를 즐기고, 세 차례 술을 마시고, 초상화도 그렸다. 무려 10여 가지 스케줄을 새해 첫날 소화한 것이다.

부지런하다고 해도 기껏해야 등산이나 즐기고 쉬는 보통사람들로서는 놀랄만한 새해 첫날 일정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랬을까. 김 회장은 말한다.

"1월1일을 바쁘고 즐겁게 지내면 분명 1년이 즐겁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기인의 하루 행각 같지만 김 회장은 이날 남편으로서, 회사 대표로서, 이웃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플래카드 마케팅이다. 새해 첫날 쉬면서 그는 회사의 새 마케팅을 준비했다. 김 회장은 그 사진을 새해 상품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신속하고도 번쩍이는 아이디어 마케팅이다.

아이디어 마케팅에 관한 한 김 회장은 이력이 나 있는 사람이다.

천호식품은 지난해 신제품 '통마늘진액'을 출시했다. 연구개발에 2년여가 걸렸다. 이 회사는 마늘환으로 재미를 봤으나 마늘환은 아무래도 먹기가 쉽지는 않았다. 마늘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천호는 초음파로 마늘 진액을 추출하고 진공상태에서 열을 가해 마늘의 냄새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8월8일을 출시일로 잡았다. 팔팔하게 판다는 의미에서였다. 출시하는 날 아침 운동에 나선 김 회장은 700m를 뛰었다. 그래도 숨이 찼다. 하루 100m씩 거리를 늘렸다. 한 달 열흘만인 지난해 추석날 아침 반바지 차림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한 그는 집에서 해운대 동백섬까지 15㎞를 쉽게 달리는 데 성공했다. '마늘의 효력이구나' 생각하고 마라톤을 통마늘진액 판매에 활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부산 덕포동 천호식품 공장까지 21㎞ 마라톤을 하며 이 상품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9월28일 그는 통마늘 진액 홍보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승용차를 앞세우고 부산 시가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늘,대,박"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달리면서 통마늘진액을 마셨다. 36%가 당분이어서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후에도 직원들과 함께 서울.부산에서 마라톤을 계속했다. 대회에도 참가해 입문 4개월 만에 세 번이나 하프마라톤에 성공했다.

그의 이색 경영마라톤이 지역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통마늘진액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두세 달 만에 월 8~9억원씩 팔리더니 12월에는 15억여원어치가 팔렸다. 건강식품에서 단일 상품이 월 10억 원이 넘게 판매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3월쯤에는 30억~35억 원이 팔릴 것이라고 김 회장은 자신한다. 먹어보고 다시 구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시기 쉬운데다 가격을 철저히 파괴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한 달 분이 5만원에 불과해요. 통신판매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지요."

김 회장의 흥미로운 아이디어 마케팅은 더 있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자 그는 이 회사의 신제품 '산수유100' 두 박스를 백악관으로 보냈다. 편지에는 "세계의 대통령이 되려면 힘이 좋아야 한다"고 썼다. 두 달 후 감사의 편지가 왔다. 부시 대통령과 로라 여사의 친필 사인이 돼 있었다. 김 회장은 이를 광고에 활용해 산수유는 그해 이 회사의 히트상품이 됐다.

50대지만 김 회장은 인터넷 마케팅에도 능하다. 김 회장은 2003년 9월 다음 카페(cafe.daum.net/kys1005)를 개설했다. 카페 이름은 '뚝심이 있어야 돈을 번다'이다. 이 카페는 인기다. 회원이 1만2000면이 넘는다.

김 회장은 요즘도 거리나 공항 등에서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를 보면 달려간다. 익스플로러를 열면 천호몰이 맨 처음 열리도록 조정해 놓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올해를 일본 시장 정복의 해로 정했다. 일본의 식품회사 고다마사 사장이 수출된 통마늘진액을 먹어보고 "마늘의 혁명이다"고 격찬한 데 고무돼 있다.

일본 전국에 천호 가맹점을 모집할 예정이다.

"일본 돈을 먹어봐야 진짜 사업가지요. '생각하면 행동하라'가 저의 모토입니다. 3~4월에 일본 진출을 본격화할 겁니다."

천호식품은 1984년 설립된 건강식품 회사로 100여가지의 건강식품을 통신판매하고 있다. 080-565-1005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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