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환영받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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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자를 캐고 풀을 베면서 보낸 지난 사흘은 참으로 보람 있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마을을 떠날수밖에 없게돼 무척 서운합니다.』
전남곡성군석곡면온수리2구에서 농촌활동을 벌이려다 주민들의 「봉사사절」로 4일 마을을 떠나기로 한 서울대사대 조법주양(22·화학교육과2)은 3일 35가구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작별인사를 나누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학생8명 여학생4명등 12명이 한팀이 된 서울대사대화학교육과 「농활」팀이 이곳에 도착한것은 지난1일. 마을회관을 찾아 짐을 풀기가 바쁘게 주민들로부터 「모내기도 다 끝나 할 일이없다」는 「봉사사절」통보를 받았던 것. 『해마다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는 선배들의 말을듣고 찾아왔는데 일거리가 없다며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이해할수 없다』는 박남규군(22·화학교육과2)은 『어린이를 모으려해도 보내지 않는등 색안경을 쓰고 봐 더 눌러 있을수없어 떠나기로 했다』며 습쓸해 했다. 일방적인 봉사를 더 계속할수가 없었다는것이다.
주민 강윤원씨(38·온수리 이장)는 『지난해까지만해도 모내기전에 와 부족한 일손에 도움을 받았지만 올해는 이미 모내기도 끝나 도움받을 일도없어 돌아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석곡면 총무계장 이강노씨(53)는 『주민들이 별로 바쁘지 않고 학생들에게 베풀것도 없다고 생각돼 주민들 스스로가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며 주민들의 말을 뒷받침했다.
그러면서도 주민 안학건씨(61)는 『지난해는 학생들이 왔을때 군수·면장등이 음료수를 가져와 격려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이렇게 돼 무척 섭섭하다』고 했다.
현지주민들로부터 최초로 봉사거부를 당한 비승인 「농활」팀은 충남 청양군으로 내려갔던 서울 대인문대 10개팀 1백50여명. 지난달 29일과30일에 나누어 도착한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활동거부에 부닥쳐 2일 모두 떠났다.
지난6월 중순 현지답사를 온 학생들로부터 봉사활동의사를 통보 받았다는 주민 김석열씨(44·운곡면 추광리 이장)는 8개 반장과 지역개발위원회를 소집, 이를 거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주민들이 모내기가 끝났고 실질적으로 도움보다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의 주장은 달랐다. 지난 5월31일 1차 답사를 갔을 때만해도 환영의뜻을 나타냈던 주민들이 6월13일 2차 답사를 갔더니 군청이나 경찰서의 승인서를 요구하는등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서울대인문대학생들은 이 같은 주민들의 반응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l6개팀중 6개팀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10개팀만 끝까지 고집, 청양과 수원 등에서 2∼3일씩 준비 MT (Membership Training)를 갖고 현지에 갔던 것. 『2차 답사를 내려갔을 때 청양군내의 이장회의에서 학생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지시를 통보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김모군(21·인문대3)은 『승인서를 주민들이 요구해 군청을 찾아갔으나 군에서는「잘 모른다」는 말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대학생 농활팀이 지역주민들의 거부를 당하고 있는것은 문교부와 내무부가 올해 대학생들의 농촌활동이 운동권학생들의 활동과 연결, 순수한 봉사가 아니라 농민의식화에 그목적이 있다고 판단, 일체의 비승인 봉사활동을 금지하고있는 방침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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