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석기연구 "불신" 씻었다|최근 강릉·단양발굴을 보고… 임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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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간 고고학상 거의 관심권 밖으로 소외되었던 강원도 해안지역이나 충북내륙지역에서 근래에와 의외로 엄청난 양의 구석기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불과 4반세기전만 하더라도 단 한점 만이라도 발견되기를 목타게 애타게 찾던 사정과는 판이한 것이며, 마치 우리 구석기시대 문화상의 전모가 하루아침에라도 드러날 듯한 분위기다.
작년 강원도 동해안지역에서는 서울대 고고학조사팀에 의하여 유적 두곳이 새로 발견·조사되었다.
강릉부근의 해안가에 있는 심곡리유적 발굴조사에서는 전형적인 양면핵석기(Hand ax)를 포함, 약1백여점의 전기 구석기유물이 출토되었다.
한편 지난 82년부터 수차에 걸쳐 발굴 조사되고 있는 충북 제천군 단양 부근의 구석기유적 유물의 발굴조사 결과는 우리 학계에 또다른 커다란 기쁨을 안겨 주었다. 충북대를 비롯한 국내 고고학계의 총력을 이곳에 투입한 결과 구석기시대만 하더라도 애곡리(애곡리) 유적을 비롯, 도담리 금굴유적·제원군한수면 명오리 사기리 유적 등이 새로 발견됐고 거기서 각종의 구석기 유적 유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필자도 실제로 애곡리발굴 실물을 두루 살펴볼 기회를 가졌는데 금년도 발굴에서만도 양면핵석기 20점을 비롯해 주먹칼 4점, 찌르개 30점, 밀개50점, 수정으로된 밀개·새기개 20점,끌개 1백점 등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가위 우리나라 중기 및 후기구석기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표준유물로 손색이 없다.
이렇듯 최근 구석기발굴 성과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구석기 각 시기를 대변하는 전형적 유물의 대량 출토로 구석기 편년연구에 확고한 자료가 제시되었다.
이로써 지난 82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의「크라크」박사의 한국 구석기 발굴품 진단쇼크를 계기로 은연중 스며들어 있는 한국구석기 연구에 대한 불신감도 근래의 발굴성과로 말끔히 청소해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생각되는 것은 만약에 충주댐 건설 계획이 없었던들 이지역 일대는 지금도 고고학상의 공백지대로 남아 있어 이렇듯 훌륭한 성과는 기대할 수 없었음이 틀림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분야의 연구 자금 투자가 전국의 각 지역으로 폭넓게 확대된다면 전국 방방곡곡에서 더 많은 학문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됐다고 해서 곧 학문적 성과가 큰 것은 아니다.
야구에서「치고 달리기전법」식으로 유적이 발견만 되면 곧 파버리는 방식은 그리 바람직한 방법이 못된다. 어디까지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의 토대 하에서 합리성 있는 연구가 이룩될 때에만 우리 구석기문화 해명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 곧 수몰될 유적이라도 그 학문적 가치가 인정될 때에는 적극적으로 보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댐 공사는 추후 얼마든지 뜯어고칠 수가 있지만 중요유적이 물에 잠겨 파괴되면 이것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충주댐 수몰유적중 중요한 것은 영원한 보존을 위한 강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같이 이번 충주댐 수몰지구 구석기발굴을 포함한 최근 성과는 그간 어렴풋했던 우리나라 원고사해명을 위한 감도높은 조명탄 구실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서울大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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