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 수정 불가피|정부, 올 성장목표 달성 왜 어렵게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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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반기 경제운용의 틀을 다시 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상반기 경제가 당초 기대에서 상당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고집스럽게도 낙관론을 펴오던 신병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도 『목표성장률7.5%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첫 우려를 비로소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4.1%였고 2·4분기도 신통치 못했음을 감안할 때 하반기 성장률이 9∼10%수준이 되어야 올해 목표를 달성할수 있는데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수지 쪽도 지난 5월에 이미 10억달러(경상수지적자)를 넘어서 연간목표 5억∼7억달러선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성장과 국제수지가 함께 나빠지고 있는 주인은 역시 수출부진이다.
연초부터 뒷걸음질을 치던 수출은 환율실세화 등 응급처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년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올해 수출목표는 3백30억달러 작년보다 13% 늘려 잡았다. 상반기 수출이 오히려 4%가량 줄었으니까 하반기 들어와서 이것을 만회하려면 매달 30%정도씩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진국수출이 회븍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이같은 수출급증은 기대하기 힘들다.
작년하반기 이후 예상되어왔던 경기하강의 결과다. 다만 정부당국만이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되풀이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당국 역시 경기조짐이 심상치 않자 지난4윌께부터 부분적인 부양책을 쓰기 시작했다. 환율 실세화를 비롯해 수출용자 단가인상, 투자세액 공제실시, 각종 설비투자금융 확대, 통화공급 확대 등이 그것들이다.
종전과는 달리 건설부문만 제외시켰을 뿐 생각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은 거의 동원된 셈이다. 다만 정책의 실기로 인해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환율실세화의 경우만 해도 그전 같으면 당장 수출에 영향을 미쳤을텐데도 6윌중 수출신용장증가율은 마이너스 7.1%에 그쳤다.
KDl (한국개발연구원)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6%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관계당국자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상반기 중에 취해졌던 몇가지 부양조치들이 하반기 들어 점차 효과를 나타낼 것이고 재정 쪽에서 추경예산편성을 통해 도와준다면 어렵사리 나마 7%선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물가쪽도 하반기 들어서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수출촉진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환율실세화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환율인상에 따른 물가부담은 점차 가중될 기미다. 정유회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금년 들어 오른 환율만 따져서도 석유값 인상요인이 4% 가까이 된다는 계산이다. 다행히 국제원유값 시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소한 3달러 (배럴당)정도는 떨어져 줘야 국내유류값 인상요인들이 상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조치들이 작년 하반기쯤에만 취해졌었더라도 한결 문제를 풀어내기가 수월했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당국자들도 시인하고있다. 이렇게 나빠질지는 몰랐었다는 이야기다.-
총량지표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실업문제 등도 하반기 들어 더욱 절실한 문젯거리로 등장할 것 같다. 성장률이 6%든 7%든 실업통계에 나타나는 차이는 별것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의 수지악화에 따른 감원및 감량경영 등으로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실업문제는 가뜩이나 딜레머에 빠져들고 있는 노사분규와 함께 더욱 심각한 고민거리로 등장할 것 같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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