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5년만의 첫「여론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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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입제도 공청회는 현행제도시행 5년만에 처음 공개적으로 여론의 비판대에 올랐고 87학년도이후의 입시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큰 뜻을 갖는다.
80년 「7·30」교육개혁이후 그동안 골간을 그대로 유지, 시행돼온 현행대입제도는 우선 대학으로부터 자율선발권 박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해마다 반복되는 창구앞의 눈치작전에 의한 혼란으로 수험생·학부모는 물론, 일반사회로부터도 비교육적이란 지탄을 받아왔다. 학력고사나 내신반영을 놓고 학생들을 암기선수로 만든다든가, 고교교실을 비인간화로 몰고가고 있다는 비판도 면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청회에서는 이 같은 모든 문제점이 새삼 노출됐다. 그러나 그보다 이날 모임의 의의는 문교부를 비롯, 정부차원에서 시행 5년을 넘기면서 문제가 있다면 서슴없이 개선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비친 점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기조강연을 한 김종서 교수는 이미 문교부가 87학년도이후의 대입제도개선을 위해 지난해 연구용역을 의뢰받고 있었고 그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김교수는 86학년도부터 시행되는 대입전형의 3원구조(학력고사+고교내신+논술고사)를 일단 시행해 보아야할 전형구조로 인정, 3요소간의 관계와 구성요소내부문제해결에 역점을 두었다.
학력고사는 과목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과목별 문항수를 늘리고 문항형태를 다양화하면서 내신은 점차 반영률을 상향조정하고 논술고사는 교과목에 대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교수의 제안은 참석한 많은 토론자들로부터도 그랬지만 지난 45년 이후 9번이나 최선의 방안을 찾아 그때그때 바꿔온 입시제도사에 비춰 보더라도 최선의 방안으로 우선은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러나 다만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대학입시를 둘러싼 진로상의 병목현상이 겹쳐 일어나고 있는 대학입시진통이 이 같은 방안으로 얼마만큼 진정되고 매년 국가적 행사로까지 평가되는 대입파동이 얼마만큼 교육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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