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수(서울대사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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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금까지의 문제와는 조금 달리 서로 비교하여 자기 주장을 펴는 논술문제를 몇 회에 걸쳐 출제하고자 한다. 잘 익혀 두면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의 기본방법은 여기에 실린 두 학생의 논술과 같이 먼저 도시에 대해서 쓰고, 다음 농촌에 대해서 쓴 다음 결론을 내리는 방법과 교육의 기회, 환경 오염의 정도, 사랑과 신뢰의 정도 등의 기준을 내세워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단락 속에서 함께 취급하는 방법이 있겠다. 후자는 입체감이 있고 분석적이지만 상당한 기술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두 학생의 글은 모두 도입→비교→결론으로 이어지는 구성과 내용이 좋으나 표현을 좀더 매끄럽게 해야할 부분이 많다. 이것은 결국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은 데에서 오는 현상으로 자꾸 써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두 학생이 모두 생각한 바를 쉽게, 자연스렵게 표현하지 못하고 어렵고 어색하게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서양 글의 도입부분과 박양 글의 결론부분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른바 「big word」를 좋아하는 현상이다.
서양의 도입부분 ㈎는 「인간의 삶에서는 냉정한 이성으로 계획한 것들을 실천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애정이 넘치는 흐뭇한 생활도 중요하다. 이러한 기준에서 생활은 편리하지만 냉정한 도시와 페쇄적이지만 인정이 있는 농촌을 비교해보자」로, ㈏는 새로운 단락으로, ㈐는 위에 불이고, ㈑는「여러 종류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로 고치는 게 좋겠다. ㈒는 단점, ㈓는 강점, ㈔는 다시 단점을 서술하고 있는데 단점은 단점끼리, 장점은 장점끼리 재배열하는 게 나을 듯. ㈕는 「생각된다」로 고치는 게 좋겠다. ㈖㈗는 맞춤법 상 「서」로 써야한다.
박양의 글에서 ㈎는 앞뒤를 『…』로 싸고 첫 어절을 「도시는」으로, ㈏도 『…』로 싸고 첫부분을 「농촌은」으로 고치는 게 나을 듯. ㈐는「그렇게 생각하기 쉽다」로, ㈑는 「대학생활을 통하여」로, ㈒는 「미래의 생활을 준비한다」로, ㈓는 「서로가 친밀감을 느낀다」로, ㈔에는 「진지한」을 삽입하고, ㈕는 「그러나」를 빼고 「그들은 인간의 정을 중요시한다」로, ㈖에는「그러나」를 삽입하고, ㈗는「욕망이 부족하다」로, ㈘는「고등학교에 다니지만」으로, ㈙는 「입학이 쉽지 않다」로, ㈚는 「두 곳에는 차이가 있다」에서 끊는게 좋겠다(이주민 이야기는 갑자기 튀어나온 「근거 박약한」 문장이다). ㈛는 「나는」 으로, 거의 끝부분은 「도시에서 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사업에서 농촌과 도시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농촌을 위하여 봉사하고 싶다. 도시에서 공부를 마치고 농촌으로 되돌아가는 직장인, 나는 그러한 사람이 되겠다」로 고쳐 보면 내용은 같으나 표현이 훨씬 매끄러워질 것이다.
끝으로 옥천여고 최원실양의 글도 상당히 좋은 글이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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