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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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삶은 계획된 시간과 그 실천의 이행에 앞서 애정 넘치는 흐뭇한 사연 안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여유 있는 삶을 위하여 여러 공간으로 뛰어들지만 결국 그 범위는 산업화와 유행의 손길이 깊숙이 뻗친 도시와, 아직은 풋풋한 인정을 지니고 흙냄새 물씬거리는 농촌이다. 이런 두 분류의 삶의 공간에서 ㈏우선 도시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도시는 낯설고 서먹하지만 많은 문화의 보급과 더불어 현대산업화의 기술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모여든 많은 종류의 사람들의 집단이다. ㈒이런 도시는 이해타산에 젖은 냉철하고 계산적인 차가움이 있다. ㈓그러나 반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기술과 정보의 습득 면에서는 현대사회를 이끌어 갈 산업화를 위해 필히 뛰어들어야할 집단이다. ㈔그러나 요즘 도시는 편리한 문화를 보급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나태해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에서 도시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면 농촌은 폐쇄적이고 융통성이 적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은 삶의 의미와 가치로㈖써의 터전으로㈔써 늘 자연의 법칙을 이해시키고 여유 있는 시각을 갖게 한다는 데서 나는 농촌에 깊은 정을 느낀다. 계산이 아닌 정으로 이웃을 돕고, 시원하고 오염되지 않은 물과 공기로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농촌이 깊은 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과 까다로운 과학이론에 접하기 전에 자연을 배운다는 그 의미가 매우 뜻깊기 때문이다.
달나라를 오르내리는 정밀하고 세부화된 현대사회에서 가끔은 어리석다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한바탕 여유 있는 호탕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그런 농촌의 확 트인 공간에서 나는 영근 열매의 의미를 느끼며 삶을 누리고 싶다.

<박성옥><광주 경신여고 2년>>
㈎도시, 살아가기에 편리하고 개인주의적·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농촌, 정이 많고 공해나 오염이 없는 곳.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말한다. 과연 도시와 농촌은 이러한 것이 전부일까? 분명히 그렇지는 않다. 도시는 분명 살기에 편리하다. 많은 차들이 있고, 법원이 있고, 상점도 많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일은 스스로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우친다. ㈑대학교내의 많은 사상 속에서 자신을 확립하고 ㈒사회에 대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동기보다 결과가 중요시되는 현실 속에서 결과를 책임질줄 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된다.
농촌에서는 도시와 달리 이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서로의 친밀감은 높다. 땀흘린 대가로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들은 정직하다. 어려서부터 계속 보아온 산과 들, 결과보다 동기가 우선이 되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며 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을 원한다. 정이 깊고 올바름을 요구하지 ㈖배움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예로 도시의 자녀들은 가정이 빈곤하더라도 거의 ㈘고등학교를 입학하지만 농촌의 자녀에겐 고등학교㈙입학율이 매우 적다.
앞에서 도시와 농촌에 관해 말하여 보았다. 이렇게 이㈒두 곳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 이주민들의 첫 생활은 힘이 든다고들한다. 내게 어느 한 곳의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난 도시보다 농촌을 선택하겠다. 내 미래에 대한 계획은 전문직종의 하나인 의사업이다. 그것은 물론 (거)도시에서만이 가능하다. 농촌과 도시는 차이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농민들이라 해서 도시만큼의 편리를 영위하지 말아라고 할 수는 없다. 도시는 해마다 수천명의 직업인을 배출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도시에 계속 머무르는 이도 있고, 도시 밖의 시골 등 도시만큼 편리하지 못한 곳으로 가는 이도 있다. 난 이 후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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