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경우도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생명보험업계가 비상이다. 2000억원이 넘는 추가 보험금에 지연이자까지 물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가입 2년 뒤 자살 땐 지급’규정
대법, 실수라는 주장 인정 안 해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2일 자살자 부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 약관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문제의 약관은 ‘2년이 지난 뒤 자살하는 경우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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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보험사는 “자살은 재해가 아니고 이 약관은 실수”라며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의 2배 수준이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약관 해석에 관한 하급심의 혼선을 정리했다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약관을 쓴 재해사망특약은 2001~2010년 17개 생보사에서 282만 건이 팔렸다.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처음 만든 약관을 다른 회사가 그대로 베껴 쓴 탓이다. 자살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재해사망보험금은 2014년 기준으로 2647건, 2179억원에 달한다. 생보업계에서는 지연이자와 잠재적인 자살보험금까지 합치면 부담할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남은 쟁점이 있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언제로 볼 것이냐는 문제다. 상법상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뒤 2년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자살자 유족이 일반사망보험금만 받은 뒤 별도 소송 없이 2년이 넘게 지났다면 보험사가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로선 몰라서 보험금을 받지 못했으니 억울할 수 있다”며 “소멸시효 문제는 따로 검토해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