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화백 그림 위조범, 일본서 검거돼 국내 송환 후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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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거장’ 이우환(80) 화백의 작품을 위조한 뒤 일본으로 도주한 용의자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화백의 그림을 위조한 혐의(사서명위조)를 받고 있는 위조 전문가 현모(66)씨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12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일본으로 도주했다 체포된 현씨에 대해 사서명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씨는 이 화백 모작(模作) 거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7월 일본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일본 현지 경찰과 공조해 도주 9개월만인 지난달 13일 현씨를 검거했다. 현씨는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자 상태였다고 한다. 현씨는 이달 10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의 모작들이 2012∼2013년쯤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수십억원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지난해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해 10ㆍ12월에는 모작을 유통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서울 인사동 화랑 두 곳을 압수수색 해 10여점의 그림을 확보하고 화랑 주인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후 경매에 부쳐진 이 화백의 작품에 위조 감정서가 첨부된 것도 미술업계 등을 통해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지난해 12월15일 K옥션 경매에 출품된 이 화백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 780217’에 첨부된 감정서를 한국화랑협회 등이 조사한 결과 위조 문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정서는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다.

위조 전문가인 현씨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위조한 모작을 유통 시킨 혐의로 1991년에 구속되는 등 수차례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현씨의 공범을 쫓는 한편, 이 화백 작품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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