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 대회 축하’ 주민 특별배급 품목은 치약·칫솔 세트와 술 한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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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노동신문]

‘김정은 대관식’으로 불리는 북한의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지난 9일 폐막했지만, 주민들에게 당 대회를 축하하는 뜻에서 나눠준 특별배급이 빈약하고 초라해 오히려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는 11일 “70일 전투(당 대회 전 생산 향상을 독려한 속도전)가 끝난 후 세대(가구)마다 국산품 칫솔, 치약 하나씩과 술 한 병이 공급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의 취재 협조자가 전화로 얘기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질 좋은 중국 제품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은 국산 치약 세트가 저질인 데다 당국이 이를 유상으로 공급해 주민의 악평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가 인용한 북한 내 소식통은 “(북한 돈) 1500원을 내야 한다고 하니 인근 협동농장에서는 대부분 공급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공급)받으러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지난 4월 15일(김일성 생일)에는 초등학생인 딸에게 교복이 유상으로 공급됐는데 (품질이) 얼마나 한심한지 모른다. 치마는 칙칙한 회색으로 노인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데 허술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생일이나 김정일 생일(2월 16일) 때 주민들에게 특별배급을 해왔다. ‘지도자의 배려’라는 명목에서였다. 주민들에게는 각종 식품과 술, 담배 등이 공급됐고, 어린이들에게는 교복, 학용품, 과자 등이 배급됐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화된 1990년대부터는 특별배급 품목의 양적ㆍ질적 저하가 확연해졌다.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 술 한 병과 쌀 1㎏, 어린이들에게는 비닐 주머니에 든 과자를 내려보내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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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레스가 지난 2월 김정일 생일 때 통화한 북한 내 취재 협조자는 “(김정일 생일을 기념해) 직장에 다니는 노동자는 현미 3㎏, 강냉이 2㎏가 배급됐다. 아이들에게는 과자 한 봉지가 나왔는데 그 안에는 사탕과 강정 2개 껌 7개가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받은 과자는 질이 못하다는 정도가 아니다. 맛도 없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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