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3000억 보일러 사업 GE에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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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두산건설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부문을 3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2014년 이후 3조6000억 조달
구조조정 작업 마무리 단계

HRSG는 고온의 배기가스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설비로 복합화력발전의 핵심 설비 중 하나다. 이번 매각은 자산과 부채를 포함한 HRSG 사업부문 전부를 넘기는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산 측은 매각 대금을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쓸 계획이다.

두산건설이 HRSG 상업부를 매각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올 1월 두산건설은 레미콘을 생산하는 넥스콘 사업부를 1300억원에 팔았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6월 건설·광산장비를 생산하는 프랑스 자회사 몽타베르를 135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그룹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혔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역시 우선협상대상자가 한 차례 바뀌는 진통을 겪은 끝에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두산은 올해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3046억원)와 두산DST 지분 51%(6950억원)도 매각한 바 있다. 두산그룹이 2014년부터 여러 사업부와 자산을 매각하며 조달한 자금 규모는 3조6000억원이다. 이런 부분이 실적에 반영되면 두산의 부채비율은 27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두산이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업체 밥캣이 하반기 상장하면 부채비율을 상당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두산 측은 기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와 중국 건설 시장 침체기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두산건설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자금난을 겪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며 경영난에 빠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두산그룹이 알짜 사업부의 매각 등에 나서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두산그룹은 2010년 72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급격하게 추락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여러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OB맥주와 종가집김치 등 사업을 매각하고 중공업·중장비 관련 기업을 인수해 재도약한 바가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딜이 큰 딜 중에서는 마지막 수순이었다. 올 여름 밥캣 상장만 마무리 되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급한 불을 껐고 현재 계획 중인 큰 건의 매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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