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자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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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은행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자주성을 높이기의해 법제상의보완이 필요하다는 한은총재의 문제제기는 현재의 경제와 정책환경에 비추어 매우 인상적이며 동시에 주목할만하다.
그 이유는 첫째 중앙은행의 문제가 단순한 정부조직이나 행정기능의 차원이 아니며 국민경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통화신용정책의 골격과 밀접히 결부되어 있기때문이다.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발전시켜 갈것인가 하는문제는 물론 경제성장이나 신용경제의 발전단계에 따라 약간씩의 편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통화신용정책이 경제발전전략의 방향과 그 집행과정에서 빼놓을수 없는 가장중요한 정책수단인 점과 그로인해 정부정책의 기본방향과 본실적으로 유리되어서도 안되는 점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제정책은 실물경제의 변화를 상대적으로 우선시키고 중시하게 되는 경향은 나타내게 마련이다. 그것은 정책의 엄정한 몰가치적 추구가 원천적으로 제약받고 한계를 지니며 정책의 정치적 판단이 우선되는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나 통화정책은 이같은 경제정책의 편파성을 극복하고 보정하는데 최대의 역점을 두지 않을수 없는것이며, 그 임무는 1차적으로 중앙은행에 맡겨지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정치적·행정적·중립을 지키고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최대의 정책목표를 합리적으로 추구할수 있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각국의 중앙은행세도는 비록 그 역사와 발전과정이 저마다 다르다해도 최고의 독립성과 자주성,고도의,전문성을 확보해주고 그것을 발전 시켜가는점 에서는 모두가 하나같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70년대후반 이후 오히려 이같은 중앙은행제도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기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의 표현을 빌면 60년대이후의 경제개발과정에서 금융에대한 정부간여의 폭이 넓어져「한은의 금융관장영역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이로 인해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이 제약」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한은총재의 현실인식이 문제의 핵심을 찌른것이며 오늘의 중앙은행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같은 중앙은행의 약화는 두말할 여지없이 관치금융과 관주도경제의 버려야할 유산이며 중앙은행기능의 명확한 재정립과 자주성 보장을 위해 한은법을 비롯한 관계법령의 대폭적인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인 한은법은 그동안 여러차례 곡절을 겪으면서 점차 유명무실화되어왔고 그 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금융감독위신설안을 포함한 중앙은행제도의 후퇴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같은 시도들은 한마디로 관치금융과 관할의식에 젖어온 관료주의의 기득권유지, 확장시도와 전혀다름없다고 본다.
특히 우리는 부실기업을 외한특융제도부활등 최근의 우려할만한 정부움직임을 주시하며 이같은 중앙은행의 기능제약이 결국은 통초가치수호의 마지막 보루로서 중앙은행기능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키고 국민경제에의 부담을 늘릴것을 우려치 않을 수 없다.
관료주의의 단견과 편집으로 통화정책의 근간이 허물어져서는 안되며 그러기위해서도 한은법등은 보다 자율성·독립성을 높이도록 개정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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