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적자의 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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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외에 나가서 그곳에 사는 교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점에서 빳빳한 1백 달러 짜리 지폐를 척척 꺼내 쇼핑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우리나라 관광객들이라고 한다. 술집에 가면 비싼 위스키를 병째 시켜 마시고 팁도 현지 사람들이 놀랄 만큼 듬뿍 쥐어주는 바람에 환영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고 우리 해외여행자들의 일반적인 경향임이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 주목을 끈다.
한국관광공사 직계에 따르면 금년 1· 4분기동안 작년 같은 기간보다 관광 수입이 12·9% 늘어난 데 비해 지출은 16·9%가 늘었다. 더구나 외국인 입국자는 늘었고 내국인 출국자는 0·1%가 줄었는데도 지출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해외에 나간 내국인이 돈을 헤프게 쓰고 있기 때문이나. 외국인 한사람이 한국에 와서 쓰는 돈은 1일 4백사달러인데 비해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서는 l천3백만 달러를 썼다하니 무려 2·8배나 된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물론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쓴 돈이 지난 73년에서 83년까지 10년 동안에 겨우2배정도 늘어나고 1인당 경비는 29· 2% 늘어난 반면 내국인의 해외경비는 이 기간 동안 25배, 인당경비는 무려 5백 7O%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교통부 통계는 밝히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고 해외여행의 자유가 생겼다고 해서 덮어놓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외채가 5백억 달러에 육박하는 나라의 형편에서 보면 한심스럽고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해외를 여행하는 국민각자의 도덕적 양식이 아쉽다. 김포공항을 출발하면서부터 정부가 인정한 경비이상의 돈을 암시오에서 바꾸어 몰래 휴대하고 떠나서 기분 내키는 대로 쓰는데 문제가 있다.
한때 입국자 들이 사들고 들어오던 일제밥통·바나나·미제 쇠고기갑비행렬은 요즈음 대부분분 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외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경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국산품도 품질이 향상돼 외국에서도 많이 수입해서 쓰고있으므로 품질 면에서 별로 뒤질 것이 없다. 어린 여공들이 밤잠 안자고 피땀 홀려 벌어들인 외화를 이렇게 흥청거리고 써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국가의 수준이 거기까지는 미치치 못했음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양식에 입각해서 반성해야할 일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적게 쓰는 데는 그들의 검소한 생활 태도가 근본적인 이유이겠으나 우리가 그들의 돈을 쓰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 데도 원인이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머무는 기간은 평균 8일정도로 돼있으나 순수관광객은 4·7일에 불과하다. 외래관광객의 유치 노력 못지 않게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체재기간을 연장시거 관광효과를 높이는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상품을 더욱 개발해야겠고 충실하고 친절한 관광안내, 깨끗한 화장실과 식당, 그들의 기호에 맞고 위생적 음식물의 서비스가 보완돼야할 것이다.
또 관광특산품의 개발도 보다 다양화하고 고품질화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온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품목이 겨우 인료·수품·옷감·민예품에 그치고 있어 보다 고가품의 개발이 시급한 과제다. 관광산업의 만성적인 적자를 해결하는 길은 내국인의 검소한 여행자세와 함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많이 쓰도록 구미를 돋우는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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