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 떠나 인간다운 자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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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부분의 부모는 남자아이는 남자답게, 여자아이는 여자답게 키우려고 노력한다.
여자아이를 여자답게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 사회가 그리고 있는 여성다움이란 순종적이고 의존적이며, 덜 공격적이고 모험심이 없으며,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고 미모를 과시하며, 또한 결혼하면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다움에 어울리도록 키워졌을때 여성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무능하고 의존적이며, 주체성과 자율성이 부족하며, 책임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 될 것이다.
얼마전 도시주부를 대상으로 생활의식을 조사한 적이 있다. 주부들의 다수(85%)는 딸도 아들만큼 절대적으로 성공하길 원하고 있었으나 자녀양육태도에서는 「딸은 여자답게」「아들은 남자답게」 키우겠다고 답하고 있었다(98%).
과연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여성답게 키워졌을때 성공할수 있을까. 미국의 가족학자 「스캔조니」는 자녀를 여성답게, 남성답게 키우려는 부모의 태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답게 키우는 것이며, 성공시킬수 있는 인간으로 키우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점을 부모들의 오해라고 지적했다.
여성답게 키워진 여성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아들을 키울 때도 용감하고 씩씩하게 키우려는 나머지 「우는 것」을 금한다. 그러나 슬플 때 울지 못하게 하면 잔인한 인간이 된다는 연구가 있고 보면 ▲울지 않는 남성다운 남자로 키운다는 것은 비인간적인 면을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남성답게, 여성답게 키워진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과거는 여성·남성으로 태어나는것 만으로도 곧 여성답게, 남성답게 되는 것으로 파악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리트·미드」의 연구는 문화에 따라 남성다움·여성다움의 모습이 달라지며 결국 양육과정을 통해 자녀들에게 그 사회문화의 가치가 반영되어 남녀차가 생겨남을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능력을 갖고 태어나 남·여아지만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구조 속에서 여성은 실제로 열등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진정으로 능력있는 사람을 만들려면 종래의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아닌 「인간답게」 키워야 할 것 같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남녀 모두에게 능력껏 동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해야할 것이다.
한정자 <덕성여대강사·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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