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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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호 4 면

지난 토요일 MBC-TV ‘무한도전’의 ‘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2’편을 보면서 “까닭 없이 눈물이 흘렀다”는 반응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해체 16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 1세대?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무대였죠.


6명의 멤버 중 한 명의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제작진의 거듭된 설득으로 마침내 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멤버 고지용. 하지만 그는 번쩍이는 무대 의상이 아닌 넥타이에 정장 차림이었죠. 함께 제대로 연습한 적도 없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는’ 그때 그 춤을, 아주 매끄럽지는 않더라도 정성껏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SNS 공지 5시간여 만에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무대를 가득 메운 왕년의 ‘열혈?오빠부대’와 시청자들은 그 모습이 오히려?더 짠했을런지도 모릅니다. 16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우리들이니까요.


수많은 댓글 중에 시 하나를 인용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운 건 / 그대인가 / 그때인가”(하상욱)


이 짧은 글에 이날 TV를 보면서, 또 상암 경기장 무대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가 다 담겨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간?것은 / 지나간 대로 /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제작진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예고했지만, 1990년대 추억의?감성소비는 어째 이번으로 정점을 찍었다는?느낌입니다. ‘우리 기쁜 젊은 날’을 그저 그렇게 되새김질할 따름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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