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인생」 54년…"이번 무대에 온 정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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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존하는 유일한 여류 판소리 인간문화재인 만정 김소희여사(68)의 판소리 『춘향가』 무대가 오는 8일 하오 7시30분 호암아트홀에 마련된다.
『이제는 기력이 쇠해 혼자 한 무대를 이끌어 가기가 힘겨워요. 그래서 아끼는 제자 성창순·안숙선과 함께 무대를 꾸몄지요. 제가 시드는 꽃이라면 성창순은 무르익은 꽃이요, 안숙선은 막 피어오르는 꽃이라 할수 있겠지요. 관객들한테는 좋은 대비가 되겠고 후진들에게는 보람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김여사는 혼자 해내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았으나 이제는 후진들에게도 명창의 자격을 주고 싶어 함께 연창하는 형식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처음에 김여사가 출연해 춘향과 이몽룡의 이별대목을 부르고 나면 이어 성창순씨가 신관사또 부임대목부터 십장가대목까지를 부른다. 또 안숙선씨가 춘향이 옥중에 갇힌 대목과 몽룡이 과거에 합격해 남원에 내려오는 대목으로 이어지면 다시 김여사가 옥중상봉대목까지를 잇달아 부른다.
『작년부터 무대에 서길 피해 왔는데 이번 아트홀이 우리 문화예술인들에게 좋은 무대를 마련해준 것이 고마와 선뜻 나서기로 결심했어요.』
김여사가 이번처럼 본격적으로 무대에서는것은 지난해 3월 「판소리 53년 결산무대」를 가진 이후 1년여만의 일이라 더욱 뜻이 깊다.
13세때 이화중선의 소리에 반해 판소리계에 뛰어든지 어언 54년. 고희를 문턱에 둔 이날까지 김여사는 오로지 「소리」만을 위해 일생을 살아왔다.
『이제는 우리 국악인들도 일반 대중예술인만큼은 「대접」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생을 문화예술에 몸바친 이들이 더 이상은 가난에 속상해져서는 안됩니다』
김여사는 이달 중순쯤엔 지난 74년 취입했던 『완판심청가』를 가사와 해설을 보완해 다시 출반하게 됐다며 기뻐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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