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대장 트럼프 컬러링북까지 나와…"트럼프 입 통해 기밀 샐라" 美 정보당국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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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컬러링북. 슈퍼맨으로 묘사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로 등극한 가운데 전직 대통령과 전 대선후보 등 공화당내 주류 인사들이 '트럼프 지지 거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출신 부자(父子) 대통령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지하지 않고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CNN등이 보도했다.

아버지 부시는 퇴임 이후 5명의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했다. 만일 그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다면 트럼프는 아버지 부시의 지지를 받지 못한 유일한 공화당 후보가 된다. 이들의 지지 선언 거부는 트럼프의 발언과 위험한 안보관에 대한 실망도 있지만 '3부자 대통령'에 도전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낙마한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마저 "현재로써는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반(反)트럼프' 전선의 선봉에 섰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 3월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전망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대중 연설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거칠 것 없는 언사를 보이는 트럼프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에서 정보를 제한적으로 브리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악관은 5일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들이 제한적으로 브리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언제, 어떻게 무엇을 브리핑할지는 정보 전문가들이 결정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면 정보기관들로부터 국가기밀을 포함한 정보 브리핑을 받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이같은 내용을 듣고 실수 또는 비공식 발언을 하면 미국의 국가기밀을 누설할 수 있다는 염려가 미 정보기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가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미국인의 절반가량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공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이 더 이상의 대외 개입을 줄이고 국내로 눈을 돌리자는 트럼프의 '신(新) 고립주의' 정책이 반향을 얻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는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성인남녀 20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7%가 미국은 자국 문제에 신경을 쓰고 타국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이 문제를 해결하게끔 도와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의 트럼프 관련 상품 판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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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와 관련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 서점가에는 트럼프 컬러링북이 등장했으며 트럼프의 선거용 문구가 들어간 상품들이 매대를 점령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자신의 대선구호를 4년 전 조용히 저작권 등록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다시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던 게 아닌가 추측되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를 인정한 지 엿새 뒤에 트럼프가 미 특허청에 자신의 캠페인 구호 저작권을 조용히 신청했다"고 5일 보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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