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어린이날 노래도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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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 안대영관장이 안대영 선생의 어린이날 노래를 불러보이고 있다. [사진 국제신문 제공]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이 어린이날 노래(윤석중 작사, 윤극영 작곡)와 가사는 같지만 곡은 다른 ‘부산판 어린이날 노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기독교선교박물관 안대영(81)관장은 “최근 음악 사료를 정리하던 중 기장군 철마초등학교 시절 스승이었던 고(故) 김해영 선생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의 악보를 찾았다”고 5일 밝혔다.

[영상=국제신문 유튜브]

이 악보는 김해영 선생이 엮어 제자들에게 남긴 ‘노래초’라는 노래 모음집에 있다. 악보에는 ‘4282년(서기 1949년) 4월 19일(화)’이라는 작곡연대와 날짜가, 악보 뒷장에는 ‘교과서에 있는 노래(시)에 아직 곡이 없어서 우선 내가 직접 작곡하다’라는 사연이 적혀있다. 또 악보 옆 페이지에는 윤석중 선생이 쓴 어린이날 노래 가사가 1절부터 3절까지 적혀있다.

안 관장은 “4분의 4박자 마장조로 씩씩하고 힘이 넘치는 행진곡풍”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최초의 어린이날 노래가 되지 못했다. 윤극영 선생의 곡이 김해영 선생의 곡보다 1년 빠른 1948년 발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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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선생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의 악보와 김 선생이 제자들에게 남긴 노래모음집인 '노래초'표지.[사진제공 국제신문]

1927년 11월 출생해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김해영 선생은 부산·동부경남 일대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이 곡을 작곡했을 1949년 당시에는 철마초교 교사였다. 그는 2014년 6월 작고했다.

“철마초 4~6학년 때 김해영 선생님이 담임을 했다”는 안 관장은 “윤극영 선생의 곡이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 부산과 동부경남 일대에서는 김 선생님의 어린이날 노래가 많이 불렸다”며 “부산판 어린이날 노래가 기록된 노래초는 동래구 수안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고 말했다. 초등 교사와 중등 음악교사를 지낸 안 관장은 100년 전 노래 등을 많이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한편 어린이날 노래는 1946년 윤석중 선생의 가사에 안기영 선생이 쓴 곡이 있었으나 안 선생의 월북으로 금지됐다. 이어 1948년 윤극영 선생의 곡이 발표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S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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