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인권 침해에 칼 빼들어…개인 제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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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유린행위에 대해 북한 정부는 물론 개인에게도 제재를 부과하는 양자(兩者)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납치 문제를 포함해 북한 인권침해에 광범위하게 연루된 북한 정부의 개인들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북한 관리까지 제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미·일 3국의 북한 인권담당 정부대표가 참석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달 28일 미국이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운영에 관여한 국가안전보위부·인민보위부 고위 관리 10명 안팎을 ‘인권 가해자’로 규정해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개인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재 대상이 된 개인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입국도 금지된다.

킹 특사는 지난달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보고 있고 북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앞으로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더 큰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철면피 같은 북한의 핵 움직임(North Korea’s Brazen Nuclear Moves)’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제재와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유엔의 고강도 제재가 적용되고 있지만 북한 핵 활동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북한이 미국에 다시 평화회담 제의를 해 올 경우 미국 정부는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처럼 경험 없고 난폭한 지도자를 코너로 모는 것은 위험할 뿐 아니라 핵무기를 한국이나 일본으로 겨누게 하는 재앙적 상황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며 “제재가 중요하긴 하지만 제재만으론 이런 위협을 완화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어느 시점에선 미국이 중국과 한국·일본·러시아와 함께 북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미국 대선이 있는 올해 북한과의 대화가 정치적으로 구미가 당기지 않겠지만 5월 개막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 이후 대화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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