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점검 왔다"더니 화장실 몰카…20대 역무원 구속

지하철 역내 여자화장실에서 3년 넘게 몰래카메라를 찍어 온 역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지하철 역무원 A(28)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며 ‘화장실 몰카’를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들이 용변을 보고 있는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휴대전화를 밀어 넣는 등의 수법이었다. 화장실에서 여성들과 마주치면 “시설 점검 중”이라고 둘러댔다. 역무원 복장을 차려입은 덕분에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4년여에 걸친 A씨의 범행은 지난 2월 15일 피해여성 B(25)씨에게 덜미를 잡혔다. 칸막이 아래에서 자신을 찍는 휴대전화를 발견한 B씨가 소리를 질렀고 도망치던 A씨를 B씨의 남자친구가 잡아 세운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재빨리 휴대전화 유심칩을 빼낸 뒤 “화장지를 교체하러 갔었다”고 발뺌했다. 현장에서 범행을 입증하지 못한 B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1월에도 같은 역 화장실에서 몰카 피해 신고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영장을 발부 받아 A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긴급체포된 A씨의 휴대전화에는 화장실 몰카 영상 60여 건이 들어있었다.

A씨는 이전에도 세 차례나 몰카 범행으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몰카 촬영 영상을 여자친구에게 들켜 이별을 통보 받고 성 충동 억제 치료까지 받았지만 범행을 멈추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