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곳, 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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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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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열두 풍경
조홍식 지음, 책과 함께
364쪽, 1만6800원

“파리지앵은 파리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파리에서 다시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극작가인 사샤 기트리의 말처럼 파리는 분명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영국은 자신을 위해 런던을 건설했고 프랑스는 세계를 위해 파리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듯, 서로 다른 인종과 국적, 종교, 사상이 한 냄비에 자유롭고 평등하게 섞임으로써 오늘날 ‘세계의 파리’가 완성됐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그런 세계의 파리를 느껴봄으로써 파리지앵으로 다시 태어나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파리 입문서다. 10대를 파리에서 보내고 파리정치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를 위해 파리의 12가지 얼굴을 제시한다. 파리하면 흔히 떠올리는 예술과 낭만, 명품, 음식, 혁명 같은 낯익은 이미지 외에 자본과 과학, 이성, 역사, 연대, 세계, 운동처럼 한 겹 들춰봐야 보이는 주제들을 각각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장소들과 함께 소개한다. 프랑스의 삼색 국기에 발현돼있는 자유와 평등, 박애의 이상 역시 그러한 다양한 속성들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난 독자라면 더욱 더) 각자의 취향과 그때의 기분에 따라 언제나 좋아하는 파리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파리에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도 지루할 틈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이훈범 논설위원 lee.hoonbe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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