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 아니다 … 한번 더 숨고른 미국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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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0.25~0.5%로 동결했다. 3월 FOMC 회의 후 재닛 옐런 Fed의장이 여러 차례 ‘신중한 금리 인상’을 강조하면서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FOMC, 다음 인상 시기 암시 안 해
시장선 ‘6월 가능성’ 놓고 갑론을박
7월 이후론 대선 맞물려 인상 곤란

FOMC 성명서는 평이했다. 고용은 호조지만 경제활동 증가가 느려졌다는 평가를 담았다. 3월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던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언급은 사라졌다.

중국발 세계 경기 둔화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Fed는 다음번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명확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블룸버그 통신)”는 분석이 나온다. 6월은 다음 FOMC 회의가 열리는 달이다.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모건스탠리는 “6월 인상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내다봤고, 도이체뱅크도 “6월은 실질적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21%에 불과하다.

이유는 경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 지표는 나빠지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에 1.4% 증가에 그친 데 이어 올 1분기엔 0.6~0.8%로 가라앉을 판이다. Fed의 올해 성장 전망치인 2.2%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변수를 고려하면 구도가 달라진다. 6월을 빼면 대선 전까지 남은 FOMC 일정은 7, 9, 11월 회의다. 7월은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없는데다 6월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9월과 11월은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닫는 시기다. 민주와 공화, 양당 후보진영은 물론 유권자들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소비가 감소해 경제가 흔들리면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에겐 악재, 공화당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 경우도 성립한다.

통화정책의 대선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전례가 있다.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대통령이 Fed의장으로 낙점한 폴 볼커는 유명한 인플레 파이터였다. 그는 고금리 정책을 고수해 물가를 잡았다. 하지만 경제난에 인심을 잃은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돈을 풀라고 Fed에 압력을 가했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벌써 Fed 견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 포천지와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옐런을 Fed 의장으로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옐런은 Fed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3월 기자회견에선 “어떤 정치적 견해도 Fed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맞섰다. 그런 점에서, 6월은 정치적 시비에서 자유로운 시점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정치적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옐런의 신중한 취향과도 어울린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역시 경기다. 금리를 올려도 될 정도로 경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이탈)’ 투표(6월23일)를 앞둔 금융시장의 반응도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현재로선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치우지 않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일단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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