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방화」로 몸살앓는 영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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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 들어 각 영화사들이 싸구려날림영화를 제작하는 바람에 영화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개봉된 국산영화 31편 가운데 무려 10편이 총1만명도 못되는 관객을 끌어들였으며 이 가운데『사슴사냥』『여자의 성』『용호쌍권』 『도시에서 우는 매미』등4편은 5천명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 3월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명화극장에서 상영됐던 『사슴사냥』의 경우 7일간관객이 고작 1천1백4명으로 하루평균 1백50여명이 이 영화를 본 셈이다·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불황의 원인을 대부분의 영화사들이 의무제작편수 채우기에만 급급해 제작비가 적게 드는 신인배우·감독을 기용, 저질영화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공부는 오는 7월1일 새영화법 발효를 앞두고 과도기적 시책으로 각 영화사가 오는 6월말까지 3편(이중 한편은 8월말까지)의 영화를 만들어야 외화수입권을 주기로 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연간 4편의 영화만 제작하면 되었던 영화사의 제작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이 같은 물량 채우기 제작행위가 만연된 것이다.
일부 영화사에서는 임명제작으로 의무제작편수를 채우는가 하면, 출연료도 주지 않고 신인배우들을 주연으로 삼아 제작비를 절감한 영화사마저 있다
올해 영화계의 이 같은 불황은 지난해 모처럼 일기 시작했던 국산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불러일으켜 영화계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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