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무역장벽 영국도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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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과 일본이 무역의 균형적 확대를 다짐하는 신사협정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사이 일본의 대영흑자는 무려 2백억파운드(2백30억달러)를 넘고 있다. 우리도 일본에 대해 그들이 취하는 것과 상응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써 맞서야 할 것이 아닌가.』 (「안소니·버몬트다크」보수당의원)
『일본은 겅제적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경제적 지배를 추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일본에 대해 관대할 것인가』 (「로버트·셀돈」 노동당의원)
『이제는 일본도 그들 스스로의 방위비 부담은 짊어저야 하지 않겠는가.』 「패트릭·코맥」 보수당의원)
『개방된 남의 나라 시장에 와서 마음껏 팔아 엄청난 혹자를 보면서 자기나라 시장은 벽을 높인채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결코 옳은 처사가 아니다. 「나까소네」 일본 수상자신이 서방 무역 상대국들의 불만이 어느정도인지를 알고 있으므로 절절하고도 성의있는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은 지난 7일하오 영국하원에서 있은 수상과의 질문 답변 시간에 터져 나온 대일격토발언의 일부다.
평소 자기감정을 잘 나타내지않고 또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을 되도록 삼가는데 특기가 있는 영국사람들이 드디어 분통읕 터뜨리기 시작했다.
여야의원들은 물론이고 정부쪽의 수상·통산성까지, 그리고 언론에서도 대일 비난을 서슴지 않고있다.
「노먼·테비트」통산성은 지난 2일 의회에서 팔기만하려는 것이 일본의 무역정책이라고신랄하게 지적했고 4일 본경제정상 회담때 「대처」수상은 「나까소네」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무역전쟁 유발위험을 경고하면서 직설적인 표현으로 일본의 수입확대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더타임즈지는 본정상회담의 다른 내용을 제쳐놓고 이러한 「대처」의 경고를 톱제목으로 뽑아 대서특필한데 이어 의회에서 일본의 무역정책 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큰 제목으로 집중보도, 관심을 모아가고 있다..
최근 갑자기 영국에서 대일성토 바람이 일어난 것은 대일무역 적자 누증으로 인한 감정이있는데다 일본이 업계와 정부가 짜고 국제공사 입찰경쟁에서 더티 플레이를 하는 인상을 보여준 사건이 발생한 때문이다.
터키정부가 발주한 흑해연안 항구 보스포러스의 5억5천만달러 규모 적교건설 공사의 국제입찰을 둘러싼 사건이다.
이 공사는 영국의 클리브랜드 브리지사가 미국의 백텔 엔지니어링, 서독의 스트라바그 바우사, 터키의 엔카건설회사와 컨소시엄을 형성, 최저가격으로 입찰해 따내는 것을 낙관했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2억5백만달러의 장기저리(7년거치 25년상환·연리 5%) 차관을 제공하기로 하는등 측면지원을 해서 일본-이탈리아-터키의 3개국회사의 컨소시엄 형태로 공사가 낙찰돼 10일 계약에 들어갔다.
일본에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처」수상을 비롯, 여야의원들은 일본에 대해 산더미 혹자를 쌓아놓고 그래도 부족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의 방을 뺏어가기냐고 분기탱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일본정부는 터키정부에 대한 장기저리 차관은 보스포리스 다리공사와는 무관한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영국측은 만약 그공사가 영국계 회사한테 낙찰되었더라도 그러한 차관제공 약속을 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영국의 정치인들과 언론은 돈벌이라면 정부·업자가 딱짜고 덤벼드는 일본이 가공할 존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개방과 수입확대에는 성의를 보이지않고 수출만 하려하는 일본에 대한 반감과 불만은이미 미국에서 거세게 표출된데 이어 이제는 유럽에서도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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