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뒤풀이에 1학년 여학생 참석" '선배 갑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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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 올라온 글

인천대학교의 한 학과에서 남자 선배들의 예비군 훈련 뒤풀이에 1학년 여학생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인천대 등에 따르면 A학과 3학년 부학회장은 최근 1학년 여학생 단체 메신저방에 "1학년 여학생들을 예비군 훈련 뒤풀이에 참여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부학회장은 "5월 3일은 예비군 훈련일로 우리 과 오라버니들이 군인아저씨로 변신하는 날"이라며 "매년 예비군 훈련이 끝나면 뒤풀이로 1학년 여학우 분들과 같이 놀았다. 군인아저씨라고 해서 여러분을 해치지 않는다"며 뒤풀이에 참석할 것을 권유했다.

또 "남자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고학년이랑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친해지겠냐"며 "1학년 말고 다른 여자선배들은 참석하지 않으니 마음껏 놀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글은 한 학생이 인천대 내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퍼졌다.

해당 학과 여학생들은 "우리가 술집 여종업원이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생은 "왜 매년 예비군 훈련을 한 남학생과 여자 신입생들만 따로 술자리를 갖게하느냐?. 이런 악습 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단톡으로 '참여하자'고 하면 신입생 입장에선 가기 싫어도 갈 수 밖에 없다. 사실상 강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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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자 A학과 학회장은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과글을 올리고 "고학번 학생들과 신입생 여학우들이 친해질 기회가 적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참여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학과 관계자는 "학교나 학과에선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확인해보니 매년 예비군 훈련이 끝나면 시간이 남는 일부 학생들끼리 비공식적으로 뒷풀이를 했는데 이번에 공지가 자극적으로 나가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행사는 취소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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