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는 세입자 절반은 ‘전세 보증금 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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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다른 곳에 집을 소유하면서 세를 사는 사람 중 절반 가량은 자신이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받아야 하는 보증금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인 소유 주택에 입주할 다음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면 자칫 보증금을 내주기 어려울 수 있다.

받을 돈 보다 내줄 돈이 더 많아
세입자 제때 못 구하면 연쇄 피해
일시 유동성 해결 대출상품 필요

24일 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 집은 세를 내주고 다른 주택에 전·월세로 사는 가구가 68만 가구로 추산됐다.

2015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해 보증금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보유한 가구 수를 따져본 결과다. 이 가운데 48.7%인 33만 가구는 보증금 부채(세입자에게 내줘야 하는 보증금)가 보증금 자산(집주인에게 받아야 하는 보증금)보다 컸다.

이들 가구는 보증금 부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1.6배에 달했다. 이때 보증금 자산도 금융자산에 포함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전·월세 보증금을 포함한 각종 금융 자산을 다 합쳐도 세입자에게 줘야하는 보증금에 한참 못 미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갖고 있는 금융자산만으로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줄 여력이 되지 않는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한 ‘집 가진 세입자’ 가구가 보유 주택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면 그 충격이 순수 세입자로 전파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의 일시적인 유동성 제약을 해소해주는 대출상품을 만들거나 추가 대출 시 원리금분할상환 원칙에 예외를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세입자의 경우 보증금이 자신의 금융자산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전세 가구의 평균 보증금은 2015년 기준 1억598만원이다. 2014년에 전세였던 가구 중 82.2%는 2015년에도 전세로 남았다. 전셋집 규모에 관계없이 보증금은 오르는 추세다. 넓은 면적의 전세로 옮긴 경우엔 보증금 증가액이 평균 2284만원이었고, 좁은 집으로 옮긴 경우는 601만원 증가했다.

같은 면적에 있는 경우(계약 연장으로 추정)도 보증금을 평균 457만원 올려줬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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