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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아버지 내다버려 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 태능경찰서는 6일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아버지 때문에 셋방에서 쫓겨날 것을 염려해 아버지를 둑에 내다버려 숨지게 한 김점욱씨(22·노동·서울 공능2동 434의2)와 김씨의 어머니 김미순씨(49·행상)를 존속유기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1일 상오4시쯤 단칸셋방에서 아버지 김성봉씨(56)가 난치병인 폐렴으로 발로 벽을 마구 차며 발버둥치자 어머니 김씨가 옆방 사람들이 잠을 설치면 쫓겨나게 된다며 조용히 할 때까지 밖에 내다두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손·발을 허리띠로 묶어 리어카에 태우고 1백여m쯤 떨어진 중랑천 둑에다 내다 버렸다는 것.
개천둑에 버려진 김씨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5m쯤 개울바닥 아래로 떨어져 신음중인 것을 지난2일 상오6시30분쯤 산책나왔던 이동네 오태승군(19·무직)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다음날인 3일 하오7시35분쯤 숨졌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숨진 김씨는 28년전 결혼, 2남2녀를 두었는데 결혼직후부터 집안일을 돌보지 않은 채 술만 마셔대자 부인 김씨가 75년3월 자녀 둘만 데리고 서울 상계동으로 이사, 고향에서 혼자 살아왔으며 지난달 26일 아들 김씨가 위독한 아버지를 서울 셋방으로 옮겨왔다.
아들 김씨는 4년전 부터 날품팔이로 어머니·여동생(19)과 함께 보증금20만원·월세 4만원 짜리 단칸셋방에서 살아왔는데 다른 세입주자가 11가구나 돼 작은 소리도 옆방에 모두 들릴정도여서 아버지 김씨의 몸부림이 옆방 사람들에게 몹시 신경이 쓰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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