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상사의 "맥"을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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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철학자와 국사학자들이 대거 참가해 한국사상사의 맥을 재는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한국사상사학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학계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국사학자·한국철학자·동양철학자에 국문학자까지 가세, 2백3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가운데 두번의 학술회의도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대학원생 등 젊은층의 관심이 높다.
한국사상사의 연구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철학자 그룹과 역사학자 그룹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철학자 그룹에선 평면적인 연구방법에 회의가 일어났다.
역사의식 없이 이론 자체만의 탐구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방법론적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반면 역사학자 그룹에선 드러난 역사현실에만 집착, 한 시대를 지배한 이데올로기의 철학적 원리를 깊이 캐지 않고는 한국사상사에 접근할 수 없다는 반성이 일고 있었다.
철학을 위해선 역사학이, 역사학을 위해선 철학이 필요하며 그 종합으로서 한국사상사의 정립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철학도 역사학도 서로 보완하며 연구성과를 서로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으며 이러한 사정은 국문학 등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했다.
지금까지의 연구상황을 보면 사상가 중심의 개별적·단편적 인물연구에 주력해왔다. 한국사상사 연구의 획을 그은 고 박종홍박사가 급한대로 거봉들의 사상을 추출, 한국사상사의 맥을 엮은이래 방법론상 큰 진전이 없었다.
고려대 윤사정교수(철학)는『이제는 시대환경과 관련, 넓은 의미의 시대정신을 포괄하는 방법을 써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자연관, 사회경제적 여건 등이 함께 연구돼 서로 도움을 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제 마침 개인에 대한 연구들이 어느정도 올라선 단계여서 이런 방법론의 모색은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것.
학자들은 당분간 서구 지성사 연구의 방법론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지난 4월27일 학술모임에선 서구 지성사의 사학사적 측면(이상신·고려대), 사회학적 측면(정재식·연세대), 과학사적 측면(김영식·서울대)에서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발표를 들었다.
한국사상사학회의 회장은 천관우씨, 부회장 박성봉(경희대) 김영태(동국대) 안병주씨(성균관대), 총무 윤사정씨(고려대).<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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