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민주주의·경제 위해 새 틀 필요” 정병국 “낡은 틀에 정치 끼워 맞춰선 안 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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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1 면

다음달 30일 출범하는 20대 국회에선 ‘19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체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홍구·김황식 전 국무총리, 조순 전 경제부총리, 김우창(영어영문학)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정치학) 고려대 명예교수, 김병준(행정정책학부) 국민대 교수 등 한국의 대표 지성 6인이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소선거구제, 지역할거의 보스정치로 대표되는 87년 체제를 넘어 책임정치를 구현할 새틀을 짜야 한다는 민의가 4·13 총선 결과에서 확인됐다”고 밝힌 데 대해 정치권이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sunday 4월 17일자 1, 3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87년 체제는 30년 가까이 됐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 키우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어떤 체제가 좋은가를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5선에 성공해 새누리당 대표 경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병국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가 합의·협상 대신 극한대결만 하는 이유는 시대에 맞지 않은 87년 체제에 (정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더민주 간판으로 승리한 김부겸 당선자도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에 만들어진 87년 헌법으로는 양극화를 비롯한 현재의 사회 갈등을 책임 있게 조정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다”며 “비단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그림을 새로 만들 때”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태규(비례대표) 당선자는 “87년 헌법은 한국 사회가 산업화나 민주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제정됐다. 지금은 정보화·생명·평화·바이오의 시대인데 지금의 헌법은 이런 부분을 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87년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종인 대표는 “대통령제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다”며 “내각의 안정을 위해 총선 후 2년 내엔 의회를 해산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둔 독일식 의원내각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3선 고지에 오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권력분점을 하도록 개헌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이원집정제가 한국적 현실에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 김영춘 당선자는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 권력구조 개편에 앞서 선거구제를 먼저 개편해야 한다”며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당선자도 “민의를 올바로 대변하려면 사표(死票)를 막는 게 중요하며, 중·대선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철재?추인영 기자?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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